허수가 많아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는 차익거래 잔액 통계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11 · 11 옵션쇼크' 등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 사태 등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별 정확한 차익거래 잔액을 특정일을 기준으로 재집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96년부터 집계돼 온 차익거래 통계를 '리셋(초기화)'하는 방식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옵션만기일 이후 부정확한 차익거래 잔액이 문제로 지적되자 당국이 대책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안다"며 "업계 의견을 모으는 단계"라고 말했다.

차익거래란 선물과 현물 지수의 차이를 이용한 반복거래로 차익을 쌓아가는 매매 기법이다.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는 방식의 매수차익거래는 선물옵션만기일에 한꺼번에 청산될 경우 프로그램 '매물 폭탄'으로 이어진다. 거래소는 선물 거래가 시작된 1996년부터 회원별 차익거래 내역을 매일 집계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가 증권사의 신고에만 의존하다 보니 오류가 누적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B증권사 파생담당 연구원은 "현재 제공되는 차익거래 잔액 통계는 현실과 최소 30% 이상 차이가 있어 사실상 참고하는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옵션만기일에도 사상 최대 수준인 1조6812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나왔지만 마감 직전까지도 증권사들은 '매수차익거래가 대거 청산돼 만기일 부담이 작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었다.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C증권사 관계자는 "전략 노출을 꺼리는 일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투자자에 비해 불리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번 털고 갈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신고에만 의존할 경우 정확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은 차익 잔액 신고를 피하기 위해 비차익거래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