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직접 인수ㆍ합병(M&A)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지 꼭 1년이 됐다. 바로 스팩(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SPAC)을 통해서다.

한국 주식시장에 '스팩'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1년여 만에 스팩의 실제 M&A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합병발표 이전까지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거나 합병 직전에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팩 등장 1년 만에 'M&A 짝'을 찾은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스팩은 상장 이후 3년 내에 비상장사를 인수해 합병해야 한다. 만약 스팩이 기간 내 M&A를 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될 수 있다. 다만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투자자들에게 다시 배분돼 큰 피해는 없는 구조다.

스팩이 합병 대상을 최종 결정하면 피합병회사가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채권단 동의 포함)해야 한다. 이후 인수대상자가 주주총회를 열고, 아울러 기존 투자자들을 상대로 합병 결의를 위한 투표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이 반대해 합병 결의를 못하면 서로 예치금을 나누고 해산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난 이제서야 M&A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합병을 발표한 스팩은 현재 단 3곳이다. 지난달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이 터치패널 제조사 썬텔과 합병을 결의했고, HMC스팩1호가 자동차 부품업체인 화신정공을, 신영스팩1호가 자전거 생산업체 알톤스포츠를 '짝'으로 골랐다.

합병 결의시 주식매매거래는 곧바로 정지된다. 이는 일종의 상장예비심사(피인수 대상기업)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합병 발표전까지 이들 스팩 3곳의 주가흐름을 어땠을까. 3곳 중 2곳이 공모가를 밑돌았다. 반면 3곳 모두 합병발표가 가까워진 시점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스팩은 합병 발표전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며 특별한 주가반등을 보일 수 없다. 합병 때까지 일반 투자자들이 피인수 대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스팩(공모가 1000원)을 제외하곤 대신증권스팩과 HMC스팩(이상 2000원)은 1~2개월 가량 공모가 언저리에서 머물러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스팩의 합병 발표가 그 '서막'을 올렸다. 잇단 합병발표로 M&A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첫 스팩 합병 '1호' 대신증권스팩의 합병일정은 오는 7월말 마무리될 예정. 이 스팩은 6월 13일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6월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1개월 간 이의신청(채권자 등)을 받은 뒤 7월 22일까지 신주를 배정할 계획이다. 신주가 상장된 뒤부터 대신증권 M&A에 대한 투자자들의 진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주가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