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잘 보이고 허리부담 적어
쇼트 퍼트 자주 놓치면 굵은 그립

퍼트가 뜻대로 안 됩니까. 입스가 왔나요. 퍼트할 때 허리가 아프다고요. 클럽 피팅이라고 하면 드라이버와 아이언만 하는 것으로 아는 골퍼들이 있다. 스코어와 직결되는 퍼터,그 가운데도 샤프트 길이와 그립에 주목해볼 만하다. 퍼터는 길이를 기준으로 삼을 때 보통 퍼터(33~35인치),벨리 퍼터(40~41인치),롱 퍼터(46~49인치)로 구분한다. 아마추어 대부분은 보통 퍼터를 사용하지만,프로골퍼들 가운데는 벨리 · 롱 퍼터를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벨리 · 롱 퍼터는 비교적 선 채로 스트로크하고,그립 끝을 몸에 대거나 닿을락말락하게 잡는 것이 특징이다. 퍼트가 신통치 않다면 퍼터를 피팅해보는 것이 어떨까.

◆김종덕 · 매트 쿠차 등 롱 퍼터 사용

'입스(yips)'는 심리적 요인으로 퍼트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스윙이 들쭉날쭉하고,짧은 거리에도 자신이 없다. 이런 골퍼들은 롱 · 벨리 퍼터로 바꿔 분위기를 전환해봄 직하다. 김종덕 프로는 "8년 전 입스에 시달려 롱 퍼터로 바꾼 후 몇 차례 우승을 하는 등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 46인치(약 117㎝)짜리 퍼터를 사용 중인 그는 "롱퍼터를 쓰면 꼿꼿이 선 자세가 되므로 퍼트라인이 잘 보이며 헤드를 일직선으로 움직여주기만 하면 된다. 너무 편하다"고 예찬한다. 시니어프로 베른하르트 랑거도 같은 예다.

허리가 좋지 않은 골퍼들도 롱(벨리) 퍼터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체를 구부려야 하는 자세는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의 손이 떨린다고 한다. 보통 퍼터를 들고 허리를 구부린 후 역오(삼)각형 자세로 어드레스를 취하다 보면 손이 떨려 스윙을 제대로 못하는 일이 생긴다. 술을 좋아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골퍼도 마찬가지다. 최상호 프로는 "나이가 들수록 퍼터를 잡은 손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며 "롱 퍼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샘 토런스,닉 프라이스,스튜어트 싱크,레티프 구센,마리아 요르트 등 베테랑 골퍼뿐 아니라 매트 쿠차,애덤 스콧 등 30대 전후의 젊은 선수들도 롱(벨리) 퍼터를 선호한다.

◆눈 위치에 따른 퍼터 선택

퍼트할 때 눈은 볼 바로 위에 와야 한다는 것이 정설.그러나 어드레스 때 눈이 볼보다 안쪽(발쪽)에 오는 골퍼도 있다. 이런 골퍼는 보통 퍼터가 맞지 않는다. 그립을 잡은 손이 몸에서 떨어지거나 헤드를 내밀어주어야 하므로 자세가 안정적이지 않고,스윙 궤도도 '인-투-인'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롱 퍼터를 쓰면 퍼터 헤드를 조금만 내밀면 되므로 편안하게 스윙할 수 있다. 보통 퍼터를 쓰던 쿠차는 최근 6주 새 퍼터 길이를 5인치나 늘렸다. 그러고 나니 퍼트 헤드가 일직선으로 움직이며 릴리스가 없어졌다. 종전엔 퍼터 헤드의 경로가 '인-투-인'이었고,릴리스까지 있었다. 요컨대 퍼터 길이는 눈 위치와 상관관계가 있고,볼 직상방에 눈을 두는 골퍼들은 보통 길이의 퍼터가 적절하다는 것.볼보다 안쪽에 눈을 위치시키는 골퍼들은 롱 퍼터가 더 알맞다. 케빈 서덜랜드는 41인치 퍼터를 쓰다가 34인치로 줄였다. 그는 "길이를 짧게 하니 볼 직상방에 눈이 오게 돼 퍼트 라인이 더 잘 보인다"고 말한다.

◆양용은 · 최경주의 굵은 퍼터 그립

양용은,최경주 프로의 퍼터 그립은 일반 제품보다 굵다. 그립이 굵으면 손 · 손목 작용이 억제된다. 팔 · 어깨에 의한 시계추 스트로크가 가능한 것.짧은 거리의 퍼트 때 방향성이 좋아진다. 손목을 꺾어 볼이 홀 왼쪽으로 흐르는 폐단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원형중 이화여대 교수는 "퍼터 그립이 굵으면 방향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거리 조절이나 퍼팅감 등에서 다소 둔감하다"고 말한다. 1~1.5m 퍼트 성공률이 낮은 골퍼들은 그립을 굵은 것으로 교체해볼 만하다. 골프숍에 가면 그립을 손쉽게 바꿀 수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