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국내에 도입된 지 1년 만에 첫 합병 성공사례가 나왔다. 대신증권 주도로 설립된 '대신증권그로쓰알파스팩(대신스팩)'은 터치스크린 패널업체인 썬텔과 합병한다고 16일 공시했다. '스팩 합병 1호'가 탄생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합병회사의 가치평가 문제가 개선돼야 추가 합병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2개 스팩 중 첫 성공

대신스팩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비상장기업 썬텔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대우증권이 작년 3월3일 스팩을 처음 상장한 이후 22개 스팩이 줄줄이 증시에 입성했지만,'1호 합병' 타이틀은 작년 8월 상장한 대신스팩에 돌아가게 됐다.

썬텔은 터치스크린 패널과 신소재를 이용한 금형 등을 제작하는 업체다. 최대주주는 지분 33.54%를 보유한 타이어업체 흥아다. 대신스팩과 썬텔의 합병비율은 1대 7.293668514다. 썬텔 주주는 1주당 대신스팩 주식 7.293668514주를 받게 된다. 주당가치는 대신스팩 1965원(액면가 1000원),썬텔 1만4332원(액면가 500원)으로 평가됐다.

합병신주는 총 3089만여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기준가인 대신스팩 주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607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썬텔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6배로 적정하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병으로 썬텔은 대신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하게 된다. 합병에 관한 주요사항보고서를 17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예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신스팩은 거래가 정지된다. 예심기간 2개월과 승인 후 합병절차(통상 3개월)를 거쳐 이르면 9월께 증시에 입성할 전망이다. 대신스팩은 작년 8월 공모에서 일반 경쟁률이 0.77 대 1에 그쳐 미달 사태를 빚었던 터라 이번 합병 성공은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다.

대신스팩은 이날 상한가까지 치솟으며 2255원에 장을 마쳤다. 미래에셋스팩(9.35%) 대우증권스팩(3.02%) 한국스팩(4.29%) 등도 덩달아 강세를 보였다.

◆가치평가 문제는 아직 남아

22개 스팩이 등장했지만 실제 합병에 이르기까진 1호 스팩 상장 후 1년이 넘게 걸렸다. 비상장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규제가 강화돼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증권발행 공시규정을 개정,우회상장하는 비상장사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자본환원율)을 종전 4~6%에서 10%로 올렸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비상장사는 합병 시 그만큼 낮게 평가돼 오너 입장에선 스팩과의 합병보다 기업공개(IPO)가 더 낫다.

이 때문에 증권사 스팩 담당자들은 금융당국에 "우회상장보다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A증권 관계자는 "가치평가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 1호가 나오는 바람에 다른 스팩들이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청할 명분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B증권 관계자는 "대신스팩의 합병은 양측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특이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강현우/김유미 기자
hkang@hankyung.com


◆ 스팩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주식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비상장 우량기업을 인수 · 합병(M&A)하기 위해 설립된 서류상 회사.일반 기업처럼 주식이 증시에 상장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비상장사를 M&A한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