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 대비 150포인트 이상 속락한 가운데 수익률 방어에 비상이 걸린 자문형 랩 어카운트의 자금 이탈 가능성에 시장 참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중국 긴축 및 중동·아프리카 정정 불안 등으로 속락하면서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 상품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증권사의 자문형 랩 모델 수익률의 경우 대부분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절대 다수가 코스피 하락률 마저 밑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 기준 이 증권사의 자문형 랩 상품 1개월 누적 수익률은 레이크투자자문 -8.32%, 슈프림에셋 -8.06%, 레오 -7.55%, 이스타 -6.66%, 오크우드 -6.41%, 마이다스에셋 -6.24%, 토러스 -5.39%, 브레인 -5.33% 등 같은 기간 코스피수익률 -5.23%를 하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1조원이 넘는 계약고를 올려 주목받아온 한국창의도 -4.35%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수익률을 1% 방어하는데 그쳐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간 누적 수익률이 각각 69.09%, 60.87%로 두각을 나타냈던 레오와 토러스도 최근 급락장에서 수익률이 57%대로 주저 앉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수익을 노리고 들어온 자문형 랩 상품의 자금 이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자문사 중 하나인 김상백 레오투자자문 대표는 전날 수익률 하락에 따른 자금 이탈을 막기위한 포석으로 보이는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2월 이집트 사태가 터지면서 보유 종목들의 수익률이 많이 나빠졌다"며 "하지만 한국 대표기업들은 특별히 재무 리스크가 부각되지 않는 한 주가가 복원되는 만큼 이 고비를 이겨낼 것"이라며 다독였다.

이에 앞서 단기간에 1조원대 계약고를 올린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 서재형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도 이달초 주가가 100포인트 가까이 속락하자 투자자들에게 '고객자산을 못지켜 죄송하다'는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로 이달들어서만 1조4000억원이 순유입되는 것을 보면 투자자들이 랩 보다 동일 종목에 대한 투자한도를 10%로 제한하는 등 여러 보호장치가 있는 펀드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며 "국내증시 가격조정이 더 깊어진다면 랩 자금의 이탈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