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관 옆에 2005년 3월 문을 연 에비뉴엘은 '강북 명품 1번지' 타이틀을 롯데백화점 본점에 안겨줬다. 강남에만 점포를 내던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들을 대거 강북으로 끌어온 덕분이다.

하지만 정작 명품업계에선 롯데 본점을 '명품 백화점'이라고 치켜세우는 데 인색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없었던 탓이다.

에르메스는 루이비통 샤넬과 함께 '세계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평균 가격대나 희소성 측면에선 루이비통과 샤넬보다 한수 위로 꼽힌다. 명품업계에서 '롯데 본점을 명품 백화점으로 부르기엔 2%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였다.

그런 에르메스가 강북에 첫 둥지를 튼 곳은 2007년 2월 재개장한 신세계 충무로 본점 명품관이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직접 뛴 결과라지만,'업계의 맏형'이라고 자부하는 롯데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절치부심한 롯데는 에르메스 측에 수시로 '러브레터'를 보냈고,마침내 'OK 사인'을 받아냈다. 롯데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20일 "오는 9월께 롯데 본점에 점포를 내기로 에르메스 측과 합의를 봤다"며 "내 · 외부 인테리어 등 세부 사항을 놓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본점은 전국 29개 롯데백화점 점포 중 에르메스가 입점하는 첫 점포가 된다. 에르메스는 신세계(본점 · 강남점 · 부산 센텀시티점),현대(압구정 본점 · 무역센터점 · 부산점),갤러리아(청담점)에는 적극적으로 입점한 반면 롯데에는 점포를 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대중 백화점'이란 롯데의 이미지가 초고가 명품인 에르메스와 맞지 않는데다 매장 크기와 위치,판매수수료 등 입점 조건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탓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에르메스를 유치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이 직접 에르메스 오너와 접촉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에르메스도 '롯데 본점이 일본 ·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매출 1위 백화점'이란 점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일부 화장품 브랜드들을 지하 1층 또는 지상 2층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본관 1층 300㎡ 공간을 에르메스에 내줄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에르메스 입성은 '롯데 본점의 명품 라인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