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과 삼성증권이 공동 주최한 '2011 글로벌 투자포럼'이 1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1000여명의 투자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하회하는 등 조정양상을 보이는 중에도 투자자들이 강연장을 가득 메우는 등 그 어느때 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최근 이집트 등 중동 리스크와 중국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외 이슈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글로벌 경제 흐름과 전망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았다.

이번 글로벌 투자포럼에 참가한 미국과 중국,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의 저평가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중국의 긴축 역시 과속의 안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금이 투자기회라고 조언했다.

"투자자산 다변화와 리스크 선행 관리 필요"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축사에서 "국내 시장이 내부 문제보다는 국제적인 대외 환경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 자산관리도 미국과 중국 등 선전국 시장 움직임과 정보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화두는 투자자산의 다변화와 리스크의 선행적인 관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한 해를 회고해보면 리먼 사태 이후 국제적인 후유증과 남유럽 위기 등을 뚫고 한국경제가 선방하면서 주식 등 금융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을 보면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국내 내부 문제보다는 국제적인 대외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 자산관리는 국내 보다 해외 움직임과 정보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결제실장은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위기탈출 이후의 새로운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권 실장은 "과거 미국을 중심으로한 주요 7개국(G7)이 세계경제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미국과 중국(G2)를 중심으로 주요 20개국(G20)이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선진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유발된 과잉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신흥국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올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주식 여전히 저평가…'3E' 이슈 주목"

아제이 다얄 레그메이슨 투자책임자는 "미국 증시가 금융위기 이후 많이 올랐지만 아직까지 저평가돼 있다"며 "'3E'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3E'란 양적완화(Easing) 선거(Election) 기업이익(Earnings)를 말한다. 레그메이슨은 110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중 하나다.

다얄 투자책임자는 "미국 증시는 세계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임에도 지난 10년 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이제는 미국의 경제회복이 가속화되고 있어 미국 증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S&P500지수가 2009년 저점 대비 두배 이상 오르는 등 미국 증시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격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2009년 1차 양적완화 이후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개월 동안 32.5% 올랐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42.9% 상승했다"며 "이번 2차 양적완화 역시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작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역시 증시에는 호재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지난해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했는데, 이는 미국 기업의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며 "보다 친기업적인 세제나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 1942년 이후 17차례 중간선거 이후 S&P500지수는 선거 이후 200일 기준으로 17번 모두 상승했으며, 평균 18.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얄 투자책임자는 작년부터 기업이익이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S&P500 기업은 3분기 이익이 예상보다 75%를 초과해 전년 대비 30.37% 이익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러셀2000 기업의 이익 성장률은 72.79%에 달했다.

그는 특히 가격 매력이나 올해 부각될 인수·합병(M&A) 이슈로 인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유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대기업들이 프리미엄을 주고 중소형주를 인수하고 있다"며 "가치 대비 저평가된 상태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中 수출→소비로 변화…소비재 수혜"

마이클 웬 화샤기금 이사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소비재 업종이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화샤기금은 운용자산 규모로 중국 1위를 차지하고 있며, 1998년 설립돼 중국 운용사 중 가장 오랜 운용경험을 보유중인 자산운용사다.

웬 이사는 "중국은 그 동안 수출과 고정자산투자 위주로 성장해왔으나, 이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중국이 내수 소비 위주의 성장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진국 경제는 회복 단계에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국가간 수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소비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위한 조건도 갖춰졌다는 설명이다.

웬 이사는 "중국 경제성장과 함께 가계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서비스업이 발전하고 있다"며 "현재 서비스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치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으로 1980년대 후반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현재 40%대인 도시화율이 2030년에는 60%까지 늘어나면서 승용차보급율이 증가하고 소비품질도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승용차보급율은 10%에 못 미치지만, 작년 한해 동안 중국에서 1800만대의 자동차가 팔리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中 긴축은 오히려 기회…올 상반기 코스피 2300 예상"

서재형 창의투자자문 대표는 "중국 긴축 우려가 시장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기업이익에 영향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중국 긴축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아니라 가속페달에서 발을 조금 떼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질금리 정성화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중국 긴축은 세계 경제에 지금 당장은 쓴 약이지만 이후에는 보약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인구 중 2억5000만명 정도가 한국산 정보기술(IT)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이들은 물가가 다소 오르더라도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더 좋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증시 강세와 이에 따른 국내 증시의 외국인 이탈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최근 선진시장이 회복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산배분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내 주식의 현재 밸류에이션(가치대비 평가)으로 볼때 외국인 자금은 다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기업들의 실적이고,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는 시기에 약세장을 주장한 전문가들이 반성문을 쓰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투자는 사물을 이해하는 것이고, 탐욕을 버리고 공포를 사는 것"이라며 "또한 기업이 창출할 이익을 미리 사는 투자를 했다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망 투자종목을 고르기 위한 기준으로는 기후변화와 인구구조. 자본주의 변혁, 산업 컨버젼스, 넥스트 13 등 5대 메가 트랜드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따져볼 것을 주문했다.

상반기 국내 증시 전망과 관련해서는 코스피지수가 2300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대표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외국인들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순매도해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여전히 국내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의 저평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대 평균 PER 11.2배 수준을 적용하면 올 상반기 중으로 코스피지수가 2300선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1 글로벌 투자포럼'은 이번 서울 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21일 오후 1시 부산 벡스코 세미나실, 22일 오후 1시 대구 그랜드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도 이어진다.

부산 강연회는 '2011년, 가치투자자의 선택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대표 가치투자 전도사인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가 강연하고, 대구 강연회는 강한 조직으로 자문형 랩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차승배 HR투자자문 대표가 연사로 나선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김다운 기자
사진= 한경닷컴 양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