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28일 오전 다시 매도로 돌아섰다.

오락가락하는 외국인의 매매는 이머징 시장에서의 이탈과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이머징 마켓에서의 이들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의 지난해 연간 등락률과 올해 1월 등락률을 비교해 보면 올 1월은 지난해 '못난이'였던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증시의 반등과 지난해 '잘 나갔던'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증시의 부진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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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권사 정승재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매와 관련해 눈여겨 볼 부분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변 아시아 증시의 흐름"이라며 "1월 인도, 인도네시아 증시의 부진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들 증시에서 팔자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이머징아시아로의 자금 유입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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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아직까지 피크(peak)를 형성하지 않은 만큼 이머징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화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여러 우려는 상존하고 있지만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경기의 변동성 축소라는 환경에서 위험자산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또 선진국 대비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 모멘텀이 높다는 인식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중섭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지더라도 과연 이 자금이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머징 지역으로 대거 유입될 것인가하는 의문은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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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1차 때와는 달리 이머징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로의 자금유입 속도가 현격히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이 아시아이머징 기업들의 순이익증가율을 앞설 때 주가 역시 선진국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경험이 아시아 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속도 감소와 선진국 증시로의 유동성 유입속도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머징 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둔화되더라도 코스피에서는 다른 양상을 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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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아시아 증시 가운데 대만과 한국 증시만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대만과 한국 증시에서의 IT비중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경기가 회복될수록 IT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되고 한국과 대만 증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IT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조정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긍정적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이날까지 닷새 연속 IT업종을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피에서 매도 우위를 보일 때도 IT주는 사 들이고 있는 것. 이머징 마켓을 외면해도 IT가 있는 한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IT 강국 'Korea'가 새삼 다행스러워지는 순간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