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재벌 2세 브릿은 한마디로 악동이다. 걸핏하면 음주 폭행사고를 저지른다. 여비서(캐머런 디아즈)에게 추근대다 뺨을 맞기도 한다. 이런 철없는 백만장자가 정의를 위해 헌신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싸움의 기술도,냉철한 두뇌도 없던 그로서는 케이토를 파트너로 영입한다. 케이토는 무술 실력이 뛰어나고 기상천외한 발명품도 만들어낸다. 문무(文武)를 겸비한 천재다.

브릿과 케이토는 그린호넷이란 콤비를 이뤄 도시를 장악한 악당과 승부를 겨룬다. 케이토 역은 '황후화'에 출연했던 저우제룬(周杰倫),브릿 역은 할리우드 코미디배우 세스 로건이다.

3D액션 영화 '그린호넷'(감독 미셸 공드리,27일 개봉)은 역대 할리우드 슈퍼영웅 스토리 중 독특한 개성을 과시한다. 우선 백인과 아시아인의 조합이란 게 눈길을 끈다. 백인 중심으로 이끌어가지만 아시아인의 비중이 여느 할리우드영화보다 크다. 대사 중에는 한국의 조폭이 등장하고,일본 식당에서는 한판 결전이 벌어진다.

브릿과 케이토의 관계는 미국에서 아시아인 위상의 변천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브릿은 처음에는 케이토를 일개 직원으로 여겼지만 그의 천재성에 매료돼 동료로 받아들인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브릿은 미녀비서 르노어 앞에서 의도적으로 케이토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지시한다. 그녀를 차지하기 위한 케이토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술이다. 결국 브릿과 케이토는 집기들을 던지며 주먹다짐을 한다. 이 싸움은 그들이 진정한 동료로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다.

두 영웅 사이에 여비서가 끼어든 것도 이채롭다. '배트맨과 로빈'에서는 두 남성만 존재했고,'아이언맨'에서는 한 명의 영웅과 여비서가 등장했다.

그린호넷은 역대 할리우드 슈퍼영웅 중 가장 악당에 가깝다. 그들은 스스로 범죄를 저질러 악당을 유인한다. 이는 악에 대한 응징도 자기 방식대로 하겠다는 의미다. 무자비한 악당 역은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다룬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 유대인을 도살하는 나치장교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크리스토프 왈츠가 맡았다.

악당과 대결하는 그린호넷의 튜닝카 액션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클래식한 외관에 최첨단 무기를 탑재해 거리를 질주하며 액션과 쾌감을 선사한다.

그린호넷 콤비는 1930년대 미국 라디오로 첫 선을 보인 후 1960년대에 만화와 TV 시리즈로 제작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