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를 처리하는 정부의 방식도 ‘어정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 PF를 처리하는 방법이 ‘사후정산 방식’ 이어서 저축은행의 부실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부실 PF 자산을 캠코에 넘기더라도 '추가로 발생하는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저축은행의 장부상 부실자산이 없어졌는데도 부실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는 얘기다.

캠코는 2008년부터 저축은행에서 368개 사업장의 부실 PF 자산 6조1000억원을 인수했다. 이 가운데 캠코가 매각해 정리한 자산은 3000억원(30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5조8000억원(338곳)은 현재 보유 중이다.

캠코는 저축은행으로부터 부실 자산을 사들이는 대신 현금이 아닌 채권을 줬다. '자산이 실제로 매각되는 시점에서 정산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매각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면 해당 저축은행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축은행중앙회가 보증까지 섰다. 3년 이내에 캠코가 매각하지 못하면 해당 저축은행이 되사가야 한다.

이 같은 사후정산 방식은 저축은행들의 자구노력 의지를 떨어뜨리고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후정산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업계가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사후정산 방식은 기금 손실을 극도로 꺼리는 캠코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안"이라며 "이 때문에 일부 저축은행들은 캠코 매각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캠코는 이날 '저축은행 PF 사업장 정상화 추진단'을 신설,정상화가 가능한 PF 사업장에 대한 분류 및 선별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공적자금 투입과 더불어 사업장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캠코 관계자는 "30여개 사업장이 추가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안대규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