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패션 리더들 사이에 내복은 금기 아이템이었다. 두툼한 소재가 주류였던 탓에 춥다고 무턱대고 입으면 몸매 라인이 죽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내복이 부활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겨울부터였다. 업체들마다 얇고 보온성이 뛰어난 발열 내복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더 이상 따뜻함을 위해 몸매를 희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내복의 인기는 올 겨울 들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및 속옷업계에 따르면 비비안은 지난 11월 한 달간 내복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 이 중 발열 내복 판매량은 작년보다 130%나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2008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내복 매출이 지난해 33%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데 이어 올 겨울 들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 겨울 내복 물량을 작년보다 50% 늘렸는데도 벌써 전체 물량의 35%가 팔려 나갔다. 이러다 보니 백화점 속옷 매장의 '명당 자리' 임자도 화려한 란제리에서 내복으로 바뀌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재가 얇아지고 세련된 디자인이 가미되면서 내복이 '겨울철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며 "인기 모델은 이달 안에 매진이 예상돼 추가 물량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