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라'고 하면서 그럴 때 자신은 생각만큼 관용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탈무드에서도 '때때로 멀리서 자신을 돌아보라'고 권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각에서 살펴볼 때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문제의 원인과 처방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우리만 모르는 5년 후 한국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패권 구도를 미국,유럽,중국,러시아,이슬람 국가를 중심으로 조망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나아갈 바를 제시한다.

국제안보 전문가인 저자는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가 신(新) 양극체제로 나아가고 있으며,나토를 중심으로 한 친(親) 서방 세계인 '파토(Pro-American Treaty Organization · PATO)'와 중국 · 러시아의 공조 체제인 상하이협력기구(SCO)로 나뉘어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고 설명한다. 어디에 속하고,누구를 따라갈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성현들이 강조했듯이 기본과 초석을 잘 닦는 게 중요하다.

아이슬란드의 부도는 너무 많은 돈이 한 나라에 들어가서 은행들이 대출을 과도하게 해준 경우다. 헤지펀드 같은 투기세력들이 그 돈을 갑자기 회수할 경우 그 나라는 파산을 맞게 된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은 자국 화폐의 절상을 막음으로써 유로화에 대해 평가절하를 할 수 있었으나,중앙은행의 조치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인 탓에 부도를 맞았다.

독일은 탄탄한 제조업이 경제의 근간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월 '터보 엔진을 단 독일'이란 제목으로 독일의 경제 성장을 부각시켰다. 미국과 영국은 모기지를 이용한 금융상품에서 성공을 찾고,독일은 전통적 장인 정신의 산물인 고급자동차 시장 등에서 성공을 추구한다. 미국 기업들이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제조업을 중국 같은 저임금 국가로 옮긴 것과는 달리 독일 제조업은 저임금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고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

독일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절제된 소비문화다. 독일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적다. 현금이나 직불카드로만 지불할 수 있는 소매점이 많다. 따라서 독일인들은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넘어서는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국제무대에서 권력은 3중 체스판과 같다"면서 권력을 군사력 · 경제력 · 아이디어(소프트 파워)의 세 가지 측면으로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세계 패권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에 대한 세계의 신용도다. 이 신용도는 외화보유액이나 고급 제품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적 가치,문화적 정신과 유산에 대한 관심,인권 존중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요소에서 나온다. 이들 복합적 요소를 나이 교수는 '내비 파워(navi power)'라고 이름했다.

국제정치의 내비 파워는 설득력이고,금융과 경제에선 국제신용도가 내비 파워다. 중국은 무역흑자에서 비롯된 자금력으로 아시아 증시의 금융허브로 떠올랐다. 그러나 돈이 모인다고 금융허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진정한 대국이 되려면 '내비 파워'를 갖춰야 한다. 내비 파워는 향후 전개될 글로벌 패권의 핵심 키워드이고,5년 후를 바라보며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비결은 기본기 강화와 핵심역량의 축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