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연말부터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대형 세단 에쿠스 광고를 내걸기로 했다. 미국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이 광장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해 '현대차=저가차'란 이미지를 바꾼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에쿠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음 달 공식 출시를 앞두고 25일 미국 각 딜러점에서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1986년 현지에 소형차 엑셀을 수출한 지 25년 만에 최고급 세단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CEO들이 직접 타보고 사세요"

현대차 미국법인은 에쿠스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 미국 내 유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트를 작성한 다음 이들 회사나 가정에 직접 에쿠스를 배달해 일정 기간 시승하도록 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낮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요 수요층인 기업 CEO들이 에쿠스를 타보면 벤츠나 BMW 등 경쟁차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는 또 태블릿PC가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모든 구매자에게 애플 아이패드를 주기로 했다. 두꺼운 차량 가이드북 대신 아이패드에 에쿠스 제원과 정비 스케줄,미국지점 현황 등 각종 정보를 담았다. 구매 의향이 있는 소비자에게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시승 차량을 배달해 주는 특별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내 일부 딜러를 선정해 '에쿠스 프리미엄 쇼룸'을 별도로 운영하도록 했다. 에쿠스 전담 판매 및 정비직원을 둬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내년 1월 초 하와이 카팔루아리조트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개막전 경기를 공식 후원하는 계약도 맺었다. 경기 중 다양한 광고를 통해 에쿠스를 알리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딜러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에쿠스의 미국 출시로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가 한단계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렉서스 · 벤츠 등과 직접 경쟁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에쿠스는 4.6ℓ급 한 종이다. 모든 옵션(선택사양)을 갖춘 '얼티미트'가 6만4500달러,'시그니처'가 5만8900달러다. 울산 5공장에서 전량 생산,지난달부터 선적하기 시작했다. 내년 한 해 동안 약 3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미국 내 경쟁 모델로는 도요타의 렉서스 LS460과 메르세데스벤츠의 S550,BMW 750i,아우디 A8 등이 꼽힌다. 이 중 렉서스와는 감성적인 측면에서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대차 측은 에쿠스의 실내 길이(휠베이스)가 LS460보다 75㎜ 긴 데다 편의장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초기 시장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다. 벤틀리와 에쿠스를 비교 시승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다. 최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현대차 전시장에서 만난 잠재 소비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린지 그레이브 NBC 카메라 기자(50)는 "3년 전부터 아제라(한국명 그랜저)를 타고 있어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다"며 "에쿠스의 깔끔한 실내와 저소음이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워싱턴DC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밥 카니(63)는 "2년 전 제네시스가 나온 후 현대차에 대한 좋은 입소문이 퍼졌다"며 "에쿠스의 내 · 외관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케빈 라일리 알렉산드리아 현대차딜러 사장은 "이 전시장에서만 에쿠스를 매달 6대 이상 팔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콧 버게스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미국인 사이에서 현대를 현다이로 잘못 발음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며 "제네시스나 에쿠스와 같은 프리미엄 차가 현대차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고 평했다.

현대차는 내년에 배기량을 5.0ℓ로 확대하고 8단 변속기를 장착한 에쿠스 최고급형을 현지 시장에 추가할 계획이다.

조재길 기자/알렉산드리아(미국)=김홍열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