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이 한결같이' 안정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 가울투자자문의 목표입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부근에 위치한 가울투자자문의 사무실은 그리 크지 않은 빌딩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한층을 쓰고 있지만 120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규봉 가울투자자문 대표이사의 방의 집기도 책상과 일인용 쇼파 두개가 전부였다.

"전에는 강남대로 옆의 200평 넘는 큰 사무실에 있었죠. 하지만 우리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직접 맞이하는 것도 아닌데 거창한 사무실이 필요하겠느냐, 내실을 다시자는 생각에 작은 공간으로 옮겼습니다."

가울투자자문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1백여개의 투자자문사 중 수탁고 기준으로 업계 7위를 자랑한다. 올 6월 말 기준 63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더욱 늘어 11월 현재 수탁고는 약 9000억원에 달한다. 1년 안에 자문사들이 수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이 시장에서 10년째 꾸준히 입지를 다져왔다. 운용자금의 95%를 기관에서 받아 운용하는 만큼 연기금, 보험, 은행 등 기관 쪽에서는 명성이 높다.

그럼에도 가울투자자문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최근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자문형 랩 상품을 13개 증권사를 통해 판매했으나 자문형 랩 운용자산은 34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 대표는 "최근 투자자문사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검증과 신뢰 없이 단기간의 수익을 노리고 급속히 유입되는 자산은 오히려 회사나 고객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인 자산 관리를 바탕으로 개인 고객 부문에서도 천천히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 이름난 스타 매니저도 없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수익률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처음과 끝이 한결같게' 안정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 가울투자자문의 목표다.

한 대표는 "단순히 운용자산의 크기로 주요 고객층을 구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자산의 크기나 대상에 상관없이 일관된 투자철학과 위험관리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 직원 주주제… "사람이 재산"

2000년 5월 디베스트투자자문으로 출발한 가울투자자문은 올해로 설립 10년째다. 초창기에는 일임자산이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4년 당시 대우증권에서 트레이딩을 담당하던 장웅 자산운용본부장을 영입하면서 기관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에는 현 한규봉 대표가 부임하면서 상호도 가울투자자문으로 변경하고 제2의 창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최근 2~3년 사이에 운용자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주로 펀드매니저 출신 오너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다른 투자자문사와 달리 한 대표는 증권업계 마케팅에서만 20여년을 지냈다. 운용에도 관여를 하지 않는다. 가울투자자문의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지분이 27%로 높지 않다.

대신 가울투자자문의 전 직원이 모두 주식을 보유한 '종업원 주주제'를 시행하고 있다.

"투자자문사의 경쟁력은 사람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인력 물갈이가 굉장히 잦아요. 돈을 맡겼는데 운용하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하죠. 그래서 전 직원이 주인 의식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 한 대표가 부임한 이후 운용인력 중 다른 회사로 옮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익의 50%는 회사에 적립하고, 30%는 성과급, 20%는 배당을 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운용 매니저가 주주이며, 의사 결정 시스템이 투명해 연기금 등 기관에서는 가울투자자문을 가장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갖춘 자문사로 꼽는다.

사실 기관자금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투자자문사의 경우 사업 리스크가 큰 게 일반적이다. 몇 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맡겼던 기관 한 두 곳이 빠져나가면 그대로 무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장웅 가울투자자문 자산운용본부장은 "기관 고객 숫자만 39개사로 웬만한 기관 자금은 거의 다 유치했다고 보면 된다"며 "큰 연기금이 2000억, 1000억원 정도이며 그 밖에 30여개 기관에서 50~100억원씩 다양하게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리스크가 작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 사학연금공단, 우정사업본부 등 39개 기관의 41개 펀드를 운용중이다. 국내 투자자문사 중에서는 가장 다양하고 안정적인 기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률로 2009년 2분기부터 2010년 2분기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5분기 연속으로 A등급을 받기도 했다.

가울투자자문의 전체 펀드는 2006년 5월부터 올해 11월까지 74.66%의 누적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5.18% 상승에 그쳤다. 개별펀드 중 S연금 펀드의 경우 2006년 5월 설정 이후 92%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 지수를 47%나 초과했다. 2008년 말부터 운용중인 국민연금 펀드도 62% 수익을 기록중이다.

◆ 수탁고 1조 허들을 넘어라

올해 가울투자자문은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수수료 수익만 갖고 낸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투자자문사의 고유업무인 수수료 수익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가울투자자문의 경우 고유자산을 따로 운용하지 않아 더욱 더 의미가 크다.

운용자산도 8000억원을 넘어서면서 1조원을 눈앞에 두게 됐다.

장 본부장은 "자문업계에는 8000억~1조 허들이라는 게 있다"며 "잘 나가던 자문사들도 그 정도 규모가 되면 준비 부족과 시스템 문제로 허들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져서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이미 올해 5월부터는 내부적으로 운용 시스템 개선 회의를 한달에 한두번씩 정기적으로 열면서, 시스템을 되짚어가는 중이다.

한 대표는 "예전에 비해 투자의 수단과 방법이 다양화되고,고객의 요구도 다채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문사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본다"며 "다만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자문사가 원칙에 충실한 자산관리와 다양한 상품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