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7 ·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코리안 특급'을 넘어 '아시아 간판 투수'로 우뚝 섰다. 1994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일본 간판 투수 노모 히데오(42 · 은퇴)의 종전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123승) 기록을 넘어서는 이정표를 세웠다.

박찬호는 지난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말린스와 경기에서 구원 등판, 3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완벽투를 펼치고 시즌 4승째를 올렸다. 통산 124승.

1995년부터 4시즌 동안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박찬호와 노모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로 묘한 신경전을 펼쳐 왔다. 노모는 박찬호보다 메이저리그 데뷔가 1년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승수를 쌓았다. 빅리그 11시즌째인 2005년 6월16일 미국과 일본프로야구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고,그해 6월28일에는 토론토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 메이저리그 통산 123승을 거뒀다.

반면 박찬호는 124승 가운데 선발승은 113승(86패)으로 나머지는 불펜에서 승수를 쌓았다. 이날까지 뛴 476경기 가운데 선발로 총 287경기를 소화했고 불펜에서는 189경기를 뛰었다.

박찬호의 기록은 노모보다 여섯 시즌 더 걸렸지만 역경을 이겨낸 결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일본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노모는 줄곧 선발로만 뛰었고 박찬호는 불펜으로 시작해 1997년에야 확실한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노모는 선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은퇴를 선택했지만 박찬호는 선발의 영광을 뒤로한 채 2007년 시즌 이후 불펜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 온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이 그리 위대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매우 특별하다"며 "가족과 고국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