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 소극적…기업가치보다 저평가
최근 10여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삼진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조만간 스마트TV용 리모컨을 납품할 예정이란 소문에 탐방 요청이 쇄도했지만 한 곳도 직접 방문하지 못했다. 삼진 관계자는 "기업홍보(IR) 담당자가 따로 없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삼성전자와 사업을 진행해 별도 IR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애널리스트를 문전박대하는 상장사들이 적지 않다. 증권가에선 삼진 외에도 동서 남양유업 대한제분 세방 경동도시가스 대한도시가스 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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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은 장기간 안정적인 실적에다 유보금이 쌓여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양유업은 이익잉여금이 5248억원으로 작년 영업이익(309억원)의 17배에 달한다. 동서는 작년 매출(3088억원)보다 이익잉여금(3318억원)이 많다. 경동도시가스는 산업용 에너지 수요가 많은 울산에서,대한도시가스는 서울 강남권에서 도시가스를 공급해 사업구조가 안정적이다.
동서 대한제분 등은 1998년 유상증자를 한 차례 실시한 이래 12년간 증시에서 한 푼도 조달한 적이 없다. 동서 관계자는 "보유 현금이 충분하고 신규 사업 계획도 없으니 증자할 필요가 없다"며 "증권사 문의에는 전화로 답하고 방문은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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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A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기회를 포기하는 것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