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USPGA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위스콘신주 위슬링 스트레이츠GC(파72)는 18홀 코스에 벙커가 967개나 된다. 피트 다이가 설계한 이 골프장을 하늘에서 보면 파란색(페어웨이 · 티잉그라운드 · 그린)보다 누르스름한 색(벙커)이 더 많다.

8번홀(파4)에는 벙커가 102개나 있다. 웬만한 18홀 코스의 전체 벙커수와 맞먹는다. 마지막 18번홀(파4)에 96개,벙커가 가장 적은 12,14번홀에도 18개가 있다. 가장 큰 벙커는 5번홀(파5)에 조성된 것으로 길이가 300야드에 이른다. 이 벙커 안에는 많은 식물의 촉수가 있어 '스파이더 벙커'로 불린다. 17번홀은 티잉그라운드 바로 앞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벙커수를 세거나 벙커를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벙커수는 두 사람이 이틀에 걸쳐 일일이 셌다고 한다. 그나마 볼이 들어갈 염려가 거의 없는 곳에 있는 벙커는 굳이 정리하지 않았다.

설계가 다이는 "USPGA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이 정도 벙커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오히려 벙커를 더 늘릴 것을 시사했다. 미시간호 옆에 자리잡은 이 골프장은 원래 군사기지였다.

국내 골프장 가운데 벙커가 많은 곳으로는 레이크힐스용인CC(27홀 기준 160개),베어리버CC(베어코스 90개) 등이 꼽힌다. 레이크힐스용인CC 루비코스 8번홀(파5)에는 23개의 벙커가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코스 설계가 김명길 필드컨설턴트 대표는 "18홀 기준으로 50개 안팎의 벙커를 두면 전략적인 설계를 할 수 있다"며 "피트 다이는 아일랜드 그린과 벙커를 많이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에는 양용은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