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가 속속 나오면서 해당 기업들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유럽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재정위기 우려가 다소나마 해소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好실적 전망에 주가 '화답'

23일 증시에서는 실적 '기대주'들이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37분 현재 SK에너지가 전날보다 4000원(4.15%) 오른 1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한진해운(0.99%) 휴맥스(3.03%) 오디텍(2.89%) 등이 강세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SK에너지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2.7%, 전년동기 대비 127.6% 늘어난 40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3174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있었지만 환율이 올라 국제유가 하락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교보증권은 탐방보고서를 통해 한진해운의 2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치 1009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2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증권사 송상훈 연구원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4,5월 두 달 동안 전년동기 대비 25.7% 늘어날 64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특히 미주노선의 경우 운임 인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데다 성수기 할증료가 조기에 부과돼 한진해운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휴맥스도 2분기 실적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IBK투자증권은 "휴맥스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12.5%와 40.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절적 비수기, 환율 하락 등 실적에 부정적 요인이 있긴 하지만 주력 품목인 셋톱박스의 판매가 늘고 있는데다 수익성 좋은 고사양 제품 비중이 늘고 있는 게 긍정적으로 꼽혔다.

오디텍은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낼 것이란 분석이다. 한양증권은 "오디텍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33억원과 52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였던 1분기 매출 201억원과 영업이익 46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부진의 '늪' 빠진 LG전자 등 약세

반면 실적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주가 또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대표적이다.

이날 같은 시각 LG전자는 전날보다 600원(0.63%) 내린 9만4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9% 가까이 하락했으며, 작년 9월 고점(15만원)에 견주면 약 36% 떨어졌다. 실적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9.7% 감소한 295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실적이 나쁠 것이란 얘기다.

증시 전문가들은 LG전자의 주가가 더이상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나, 당분간 반등하기도 힘들다고 보고 있다.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인한 유료화 약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린 데 따른 휴대폰 부문의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에이스디지텍도 2분기 실적 악화 분석이 나오면서 1.5%의 약세를 기록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에이스디지텍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3.7% 감소한 54억원으로 당초 기대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TSC 멤시스도 대우증권의 혹평이 나오자 주가가 4% 넘게 밀리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날 TSC 멤시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 수준인 2억원에 그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한 단계 낮춰 잡았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한동안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았지만 더이상 부각되긴 힘들 전망"이라며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