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의 트렌드 따라잡기] '호모 페달리쿠스'…그들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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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엣지있는 바이크族 되기
자전거도 패션이다
자전거도 패션이다
한반도를 떠나기 애석해 하던 차가운 바람이 물러가자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때맞춰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등의 패션거리와 공원에는 행인의 시선을 붙잡는 '멋진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바이크족'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자전거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다.
◆이동수단에서 패션상품으로
자전거는 친환경과 웰빙이 소비시장의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수년 전부터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이 늘어났고,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친환경'이나 '녹색성장'을 내걸고 자전거 전용도로 확대에 나서는 등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자전거가 인기를 얻자 종류도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일명 '사이클'로 불리는 로드바이크부터 일반적인 자전거와는 달리 기어가 고정돼 있는 '픽시'(Fixie),바퀴 지름이 30~51㎝ 수준으로 일반형 자전거의 절반 이하인 '미니벨로'(velo) 등 스타일과 패션을 중시하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해외 고가 브랜드들도 국내에 앞다퉈 선보였다. 알렉스 몰튼,캐논데일,아비치 등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럭셔리한 제품들과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포르쉐,푸조 등 차체를 만드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자랑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만든 제품들도 '나만의 특별한 자전거'를 원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자전거가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다가오며 젊은 세대엔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가 '어떤 종류의 자전거를 타느냐' 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을 끄는 제품도 발랄하고 감각적인 패션성이 도드라진 '패션브랜드 자전거'들이다.
◆샤넬,에르메스에서 앙드레김까지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은 요즘 토털 브랜드로 불리는 칭호가 아깝지 않게 자동차부터 호텔,심지어 헬기까지 취급하고 있다. 자신들의 패션을 표현할 수 있고 수익성도 좋은 자전거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여성이 가지고 싶은 건 뭐든지 만든다는 샤넬이 최근 내놓은 자전거는 미국 유명 시트콤 '프렌즈'에 출연한 배우 커트니 콕스가 단짝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선물한 제품으로 유명하다. 샤넬의 스테디셀러인 '2.55백'을 안장에 표현해 한눈에 '샤넬' 제품임을 알 수 있고,안장 뒤에 달린 샤넬 백이 여성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1200만원대의 높은 가격은 부담이다.
에르메스가 네덜란드 자전거업체 '바타부스'(Batavus)와 손잡고 만든 자전거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으로 에르메스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3500달러(400만원)의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이만한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가장 큰 에르메스'가 아닐까 싶다.
펜디는 화려하면서도 보수적인 스타일의 '셀러리아' 자전거를 선보였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보온병,미니 트렁크 등 자전거에 달린 독특한 아이템은 실용성 면에선 확신할 순 없지만 차별화만큼은 확실하다. 가격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자전거 애호가를 자처하는 폴스미스도 유쾌한 자전거를 선보였다. 자전거 전문업체 메르시앙과 함께 선보인 이 자전거는 '폴스미스' 하면 떠오르는 스트라이프 무늬로 디자인됐다. 500만원대인 로드바이크로 젊은 남성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미국적이고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인 어반아웃피터스도 형형색색의 다양한 컬러 배색이 감각적인 자전거를 선보였다. 가격도 399달러(46만원)로 합리적이다.
대부분의 패션 자전거가 해외 브랜드여서 서운한 사람들은 삼천리자전거가 앙드레김과 합작해 내놓은 '앙드레김 자전거'를 눈여겨 볼 만하다. 용이나 꽃,나무 등 앙드레김 특유의 우아한 디자인이 차체에 예쁘게 그려져 있다. 아동용부터 여성용,미니벨로,접이식 산악용 자전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은 20만~50만원대.
◆숏팬츠로 맵시있게
다음 단계는 바로 '자전거를 탈 때 어떻게 입느냐' 하는 문제다. 패션 브랜드 자전거는 대부분 로드바이크가 아닌 생활용 자전거다. 트렌드 세터들은 자전거를 출퇴근용이 아닌 패션소품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몸에 꼭 붙는 로드바이크용 타이즈나 헬멧은 패션 자전거와는 어울리지 않아 타인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기본적인 안전용품은 챙겨야 하겠지만,자전거에 내려서 곧바로 중요한 모임에 참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차림새가 훨씬 유용하다. 좀 더 캐주얼한 차림으로 올해 남성복의 여름 아이템으로 각광 받고 있는 숏팬츠(반바지)를 입으면 어디서나 센스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어쨌든 올 여름 패션 자전거를 타고 '호모 페달리쿠스'가 되는 것은 최고의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월간 '데이즈드&컨퓨즈드' 패션팀장 kimhyeon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