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은 증시를 떠나지 않았다. "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15일 최근 펀드 환매에 대해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30조원에 달했던 펀드 자금이 매년 6조원 이상씩 빠져나갔던 2001~2004년 환매 사태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장 사장은 1999년 현대투신운용(현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로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에 이은 환매사태를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는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만 5조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출되며 환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장 사장이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현재 증시 상황이 좋은데도 환매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년 1월 1066.18로 고점을 찍은 뒤 2001년 9월 463.54까지 급락했던 예전 환매사태 때는 주가 하락으로 인해 자금이 아예 증시를 이탈했지만 현재는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잠시 관망한 뒤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예전 환매사태 때는 증시를 빠져나간 돈이 당시 활황세였던 부동산 시장과 은행 예금 등으로 갈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전망이 어둡고 연 7~8% 수준이던 은행의 예금금리가 3~4%로 떨어져 다른 투자 대안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또 장기 적립식펀드 투자 문화가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자리잡은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예전엔 펀드도 단타 매매를 했던 투자자가 대부분이라 증권사에 찾아와 화를 내며 돈을 찾아갔다"며 "요즘은 펀드를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 무한정 펀드 환매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펀드 환매가 멈추는 시기에 대해선 "주가가 1600선으로 떨어지거나 1900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펀드에 다시 돈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