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2일 연중 최고치를 넘어섰다. 외국인들의 폭발적인 순매수세가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2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바이 코리아(Buy Korea)'에는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호전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승할수록 기관들의 매도세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는 종목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조되는 1분기 실적 기대

지난 1월 발표된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에 소폭 못 미쳤다. 연말을 맞아 상여금 지급을 늘린데다 올해 경쟁 격화에 대비해 마케팅 비용을 미리 집행한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 실적은 주가 상승에 큰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1분기 '어닝시즌'은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0조3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 대비 약 48% 증가할 전망이다. 작년 기업들이 최대 실적을 냈던 3분기보다도 4% 많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이처럼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는 작년 4분기에 대폭 증가했던 판매관리비가 1분기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1분기 들어 환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IT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업종의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실적개선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환율 하락으로 음식료 항공 등의 업종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중원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난해 9%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구환신'(가전제품 구입 보조정책) 등 정부정책의 효과로 PC 수요가 늘고 있어 IT(정보기술)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KT 하나투어 등 실적 대폭 호전

기업들의 전체 1분기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더라도 실적개선 폭은 업종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보여 이를 감안한 신중한 종목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관심권에 둘 종목은 영업이익 증가폭이 큰 기업들이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폭이 큰 업종은 은행,철강,자동차,IT,소프트웨어 등이 꼽혔다.

은행업종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폭이 무려 7188%에 달하고 철강업종도 436%나 됐다. 전분기 대비로는 음식료,IT,통신,화학 등의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들 업종 중 주목할 기업들은 최근 한 달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곳이다. 해운업종의 경우 최근 한 달간 영업이익이 70%가량 상향조정됐고,항공 자동차 은행 반도체 화학 백화점 등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전보다 더 높아졌다.

1분기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지난 6일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28.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반도체 부문의 호조가 실적 호전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이닉스도 1분기 영업이익이 768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0%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이닉스가 분기 기준으로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은 올 1분기가 처음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및 발광다이오드(LED)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7.0%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작년 4분기에 '깜짝실적'을 내놨던 기아차는 K7 쏘렌토R 등 신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 1분기에도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가 벌써부터 형성돼 있다.

지난해 원 · 달러 환율 상승과 신종플루 등으로 고전했던 하나투어 대한항공 등 여행 항공 기업들도 올해는 대폭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KT의 경우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1분기에 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3D 수혜주로 꼽히는 CJ CGV,고려아연,호남석유,네오위즈게임즈,성우하이텍,LG화학,두산인프라코어 등도 양호한 실적을 낼 전망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