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동 에이스하이엔드타워 19층 네오피델리티 사무실. 여기 저기 회의실에서 십여명의 연구원들과 영업파트 직원들이 열띤 논쟁을 펼치고 있다.

디지털TV용 다기능 완전 디지털 오디오 앰프(Full Digital Audio Amplifier) 칩 선두 업체 네오피델리티 사무실에 있는 4개의 회의실은 늘 북적거린다. 이 회사 연구원들은 수시로 회의실에 모여 다기능 완전 디지털 오디오 앰프 칩의 성능 개선을 위한 의견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 이같은 연구원들의 노력이 네오피델리티의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탐방]네오피델리티 "아이폰용 오디오 시장 진출"
◇ 네오피델리티, 삼성전자·LG전자 평판TV 오디오 앰프칩 80% 공급

네오피델리티의 기술력은 이 회사 오디오 앰프 칩이 글로벌 평판 TV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평판형(LCD+PDP) TV의 80%에 채택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 주최한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제품 덕에 평판TV의 슬림화가 가능해졌다. TV의 디자인이 중요시되면서 외부 스피커가 화면 뒤편으로 사라졌다. 스피커가 소리를 내려면 울림통이 필요한데 기존의 제품으로는 화면 뒤에서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네오피델리티의 칩이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 때문에 TV가 더욱 얇아지고 가벼워질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점이 삼성전자, LG전자 평판TV의 디자인, 성능을 한층 개선시켰고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2006년 751만대에 머물던 삼성전자의 평판TV 판매량은 지난해 3068만대로 4배 이상 성장했다. LG전자의 평판TV 판매도 지난해 1950만대로 전년보다 약 50% 가량 급증했다.

네오피델리티의 매출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 4월 디지털 오디오 신호처리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 전문 인력들에 의해 설립된 네오피델리티는 초기에 홈씨어터 등의 제품에 주력해오다 2005년말 TV용 제품을 개발한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공급하면서 성장을 지속했다.

채택되는 제품수가 늘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평판TV판매량 자체가 늘면서 2006년 46억86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503억원(추정치)으로 크게 늘었다.

◇ 네오피델리티, 음향 전문기술이 강점…올해 거래처 다변화가 목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 등 세계적인 반도체회사가 경쟁사임에도 네오피델리티가 80%라는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발빠르게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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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공학박사인 이덕수 네오피델리티 대표는 "연구진들이 음향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음향 전문가라는 점이 네오피델리티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며 "음향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고객 지원 능력이 다른 반도체 설계 회사들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네오피델리티의 디지털TV용 다기능 완전 디지털 오디오 앰프 칩의 판매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주 거래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고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하락에 따른 디지털TV의 가격 인하, 세계 각국의 디지털 TV 방송 전환, 디지털TV와 PC의 융합, TV의 슬림화 등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품목을 늘리고 거래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TV제품만 팔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해외 업체로의 실적을 가시화시키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네오피델리티는 지난해 공급을 추진하던 샤프와의 협의 뿐 아니라 다른 해외 업체와도 공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아이폰용 도킹스테이션 제품 출시…제품 다각화

네오피델리티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로 디지털 앰프로 대체될 다양한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애플 마니아인 이 대표는 TV시장에 이은 또다른 시장으로 아이폰과 아이팟용 도킹스테이션 시장을 꼽았다. 도킹스테이션은 아이폰이나 아이팟을 장착하면 오디오 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이 대표는 "어느 호텔이나 모텔을 가더라도 라디오가 나오는 알람시계는 모두 있다"며 "최근 일류 호텔에 가보면 도킹시스템이 있고 향후에는 기존의 알람시계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도킹스테이션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도킹스테이션 시장에서의 기회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네오피델리티는 이미 도킹 스테이션용 오디오 앰프 칩 제품을 개발했다. 이는 국내 유명 오디오 업체의 도킹스테이션 제품에 채택돼 지난달 초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 'CES2010'에 출품됐다.

네오피델리티는 이외에도 올해 모니터TV용 제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액은 65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길게 보면 휴대폰 시장도 목표"라며 "올해는 힘들겠지만 점진적인 준비에 나설 것"이라며 "제품군 다각화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경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