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요리의 대명사로 꼽히는 랍스터가 지난 2년간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어부들이 파산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최근 국내 대형마트들이 마리(500g 안팎)당 1만3000원 수준에 랍스터를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FT에 따르면 미국에선 랍스터 가격 하락으로 대중 레스토랑 체인점에서까지 랍스터 요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에 850여개 체인 레스토랑을 갖고 있는 '루비 튜즈데이'는 랍스터 꼬리요리를 비롯해 랍스터 카르보나라,랍스터 마카로니 앤드 치즈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랍스터산업의 중심지인 뉴잉글랜드주의 마트 체인 '하나포드 슈퍼마켓'은 이번 주 랍스터를 파운드(453g)당 4.99달러(약 5800원)에 내놓았다. 이는 넙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가격이다. 랍스터 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 랍스터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어부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어선을 압류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랍스터 어부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온 캐나다 몬트리올은행은 "랍스터 어부들은 시민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신년 파티의 식탁에 랍스터를 올려 손님들을 대접하고 어부들도 돕자"고 권유하고 나설 정도다.

캐나다 정부도 랍스터 어부들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5000만캐나다달러(4754만달러)를 책정해 놓았다. 약 3만명이 종사하는 캐나다 랍스터업계는 지난해 10억캐나다달러(9억5000만달러)어치의 랍스터를 아시아 등지로 수출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