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은 올 3분기까지 4748억원의 매출과 5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4분기 매출은 1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돼 연간 매출이 6300억원 선으로 작년보다 6%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어섰던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둔화된 실적이지만 신제품 출시가 없었고 약가 재평가 등 규제가 계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0%가량 늘어난 780억~790억원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유한양행이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에는 다시 성장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대규모 설비투자가 완료돼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200억~300억원가량의 신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신제품들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매출이 저조했던 자체 신약 '레바넥스'는 상반기 역류성식도염 적응증에 대한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여 판매량 증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최근 세계 30위 다국적제약회사인 UBC의 알레르기 치료제 등 10여가지 품목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따낸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UBC 의약품 도입으로 내년 한 해 동안에만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이 저평가받는 이유는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면서 "이번 독점 판매계약으로 단기적인 매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자회사인 유한킴벌리가 안정적인 이익 증가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세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는 유한양행의 내년 매출 및 영업이익 전망치를 7490억원과 890억원으로 제시했다.
풍부한 현금자산을 배경으로 한 배당도 매력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2001년 이후 매년 주당 1000원의 연말 배당을 실시했고 연초에는 5~10%의 무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한다. 당분간 설비투자나 인수 · 합병(M&A) 등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업계획이 없어 2700억원에 달하는 현금자산의 활용방안으로 배당 등을 늘릴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신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굳이 배당이 아니더라고 풍부한 가용현금은 장기 성장동력을 모색 중인 회사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현재 시세보다 30% 이상 높은 24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