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김이 없습니다. 하루 이틀,일주일 이주일 정도 차이는 생기겠지만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여름이 오면 가을이 찾아옵니다. 주말에 흩뿌린 비와 함께 다가온 쌀쌀함은 가을의 정취가 만끽했음을 알려줍니다.

자산시장은 어떨까요.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보일까요. 경제 · 경영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반등한다고 볼 수 없고,올랐다고 해서 떨어질 것으로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패턴은 과거일 뿐이고 미래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자산시장의 움직임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술 취한 사람의 발걸음과 비슷하다'고 해서 랜덤워크(random walk)이론이 나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향후 주가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정밀한 모형을 개발했다며 기사를 내줄 수 있느냐고 문의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10년간 코스피 차트를 보여주며 복잡하게 설명하길래 "오늘 코스피 종가와 한 달 뒤,3개월 뒤,1년 뒤 종가를 예측해달라.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담당 기자를 소개해주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이 제시한 수치는 전혀 맞지 않았고 그날 이후 연락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주가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향후 경기흐름의 향방을 놓고 더블딥(일시적인 경기 상승 뒤 재침체)논란이 한창입니다. 경기가 다시 꺾일지,아니면 회복세를 이어갈지 확실치 않습니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것도 아직까지는 불가능한 숙제입니다. 한 쪽으로 결론을 내 베팅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양쪽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때때로 필요합니다.

때마침 한국은행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수그러들면서 예 · 적금 금리가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융상품에 가입해두고 세월을 낚는 것도 훌륭한 투자일 수 있습니다. 자산시장에서 돈을 벌기는 매우 어렵지만 돈을 잃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