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상장 예정인 SK C&C가 1조원대로 예상됐던 공모 규모를 4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 공모 희망가격도 당초보다 30%가량 낮췄다. 공모주 청약시장 분위기가 예상외로 위축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 C&C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내달 3~4일 공모 청약을 실시키로 하고 공모 희망가격을 2만8000~3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공모가격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시장에서 예상한 공모가격은 이 회사가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을 당시의 공모 희망가격인 4만~5만원 수준이었다.

공모 주식 수도 크게 줄었다. 당초 SK그룹은 지주회사격인 SK C&C를 상장하면서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 C&C 지분 30%(1500만주),15%(750%) 전량을 공모 과정에서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두 회사는 각각 SK C&C 보유 지분의 3분의 2 수준인 20%(1000만주)와 10%(500만주)만 구주 매출로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대 1조1000억원대로 예상됐던 SK C&C의 공모총액은 4200억~48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고 순환출자 구조 해소 계획도 연기됐다. 그룹 측은 일단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잔여 주식을 블록딜(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순환출자를 해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공모 슬림화' 결정은 하반기 공모시장 위축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관계자는 "최근 동양생명이 상장 첫날 급락했고 진로의 청약 경쟁률도 9.39 대 1 수준에 그치는 등 대어급 공모시장에 대한 관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공모 수요가 공급을 받쳐주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