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증시의 동조화가 강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국제 공조 강화로 대외 변수의 영향력이 확대된 데다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들의 매매 방향이 미국 증시 등락에 크게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9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와 미국 다우지수 간 상관계수는 지난 8월 0.82였지만 9월 이후엔 0.89로 높아졌다. 상관계수는 1에 근접할수록 두 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확률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 지수 간 상관계수는 지난 6월 0.57을 저점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코스피지수는 이날도 다우지수가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및 고용지표 개선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며 이틀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또 상하이종합지수와 다우지수 간 상관계수도 높아졌다. 지난 7월엔 -0.43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던 것이 9월 이후 0.26으로 반전해 글로벌증시의 동조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의 상관계수는 7월 0.90에서 최근 0.14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는 중국증시가 지난 8월 이후 상승세가 꺾였던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국제 공조가 강화되면서 그동안 중국과의 동조화가 강했던 코스피지수가 이제는 미국 증시를 따라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는 경기 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최근 고개를 들면서 미국 경제지표와 이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반응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분기 이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좌우할 선진국의 수요 회복 여부 등을 확인하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거의 유일한 매수 주체라는 점에서 이들의 투자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증시 흐름에 코스피지수가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우지수가 전고점 근처까지 오른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 대한 지지력을 확인한 후 상승 행진을 재개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초 원화 강세 등 내부 악재로 다소 주춤했던 코스피지수가 뒤늦게 다우지수의 오름폭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다우지수가 이전 고점의 저항을 뚫고 추가 상승할 경우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국내 증시도 추가로 힘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된 만큼 한국과 미국 증시의 동조화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통상 실적시즌 동안에는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당분간 예정된 경제지표 발표가 없고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통해 해당 업황의 개선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종 및 종목별 움직임도 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