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스포츠카 370Z는 닛산 기술력을 상징하는 Z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차 문턱(도어실)과 운전대 중앙 등 곳곳에 'Z' 마크를 새겨 넣은 점이 우선 눈에 띄었다.

370Z의 가장 큰 매력은 외관 디자인이다. 50m 밖에서도 정통 2인승 스포츠 쿠페라는 점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관능적이고 매끈하다. Z 시리즈의 DNA를 이어받아 전면부를 길게,그리고 후면부를 짧게 만든 덕분이다.

뒷바퀴 휠하우스(18인치 휠)에서는 터질 듯한 근육질의 남성미를 풍겼다. 마치 단거리 육상선수가 출발 총성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를 냈다. 전조등은 부메랑을 본떴는데,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고속 주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몸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버킷 시트를 운전석과 조수석에 장착했다. 커다란 양쪽 사이드 미러가 폭넓은 시야를 제공했다. 다만 룸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가 좁은 편이어서 아쉬웠다. 운전대 주변엔 재미있는 장치가 제법 많다. 우선 계기판 중앙에 속도계 대신 rpm(분당 엔진 회전수) 계기판이 자리잡고 있다. 변속 때 rpm을 재빨리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배려다.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는데,운전대 패들시프트를 통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엔진 온도와 시간 등을 알려주는 원형 계기판 3개가 나란히 달려 있다. 운전대 바로 앞쪽의 rpm 계기판이나 속도계 등과는 별개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보스 오디오 시스템과 6CD 체인저가 다양한 음악을 골라 즐길 수 있게 해줬다. 독특하게 냉 · 온 공조기가 운전석 문짝에도 달렸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튕겨 나갔다. 배기음이 상당히 크고 둔탁한 편인데,경쟁 모델인 포르쉐 노트(배기음)와 많이 달랐다.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계기판 속도계는 시속 280㎞까지 달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속력을 시속 220㎞까지 무리없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

370Z의 큰 장점은 일정 속도 이상에서 추가 속력을 낼 때 탁월하다는 것이다. 워낙 순식간에 가속되기 때문에 얼마나 속도를 내고 있는지 재빨리 계기판을 확인해봐야 할 정도다. 3700cc V6엔진이 최고출력 333마력,최대토크 37㎏ · m의 힘을 냈다.

rpm은 최대 9000까지 가능하다. 위험 신호인 레드 존은 7500 rpm부터다. 지상고가 특히 낮아 속도 방지턱 등을 넘을 때 조심해야 한다.

닛산이 370Z를 선보이면서 가장 자신했던 부분은 '에브리데이 스포츠카'(everyday sports car) 개념이다. 고속 주행뿐만 아니라 출퇴근 때나 시장 보러 갈 때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연비다. 스포츠카로선 이례적으로 공인 연비가 ℓ당 9.6㎞나 된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달려 보니 실연비가 평균 ℓ당 7~8㎞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또 하나는 합리적인 가격(5680만원)이다. 경쟁 모델인 포르쉐 카이맨이나 BMW Z4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트렁크 용량(235ℓ) 역시 큰 편이다. 골프백 2개를 넣을 수 있다. 버튼시동,스마트키 등 편의장치도 일반 스포츠카와 차별화되는 부분이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