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11시,서울 우면동 우면산 관문사 4층 옥불보전(玉佛寶殿).법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의 염불 소리가 서로 공명을 이루며 거대한 소리의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

법당에 모인 신자들은 800여명.흔히 '치마불교''보살(여자신도)불교'로 불리는 여신도들이 많지만 남자 신도들도 적지 않다. 20~30대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대한불교천태종이 지난 6월부터 벌이고 있는 '관음정진 백만독 불사'의 현장이다.

관세음보살을 소리 내어 부르는 관음정진은 천태종의 주된 수행법이다. 관세음보살은 흔히 천수천안(千手千眼 · 1000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의 고통과 소리를 보고 어루만져주는 자비의 보살이다. 따라서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면 마음이 비워지고 깨끗하게 돼 현실의 고통을 덜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천태종의 중창조인 상월원각 대조사가 "일심상청정(一心常淸淨 · 마음이 항상 청정하면) 처처연화개(處處蓮花開 · 온 세상이 깨달음의 세계)"라며 "방석이 헤지도록 백만독을 하라"고 강조했던 것은 이런 까닭이다.

'관음정진 백만독'은 2011년 탄생 100년을 맞는 상월 대조사의 이런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시작한 기도불사다. 지난 6월1일 부산 삼광사를 시작으로 서울 관문사와 명락사,청주 명장사,대구 대성사 등 전국 20여개 사찰에서 2만8000여명이 참여해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30분까지 4~5시간을 밤새도록 염불한다. 관세음보살을 100만 번 염불하려면 1분에 30회 이상,하루 5시간을 꼬박 해야 100일 만에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5일부터 '백만독'을 시작한 관문사에는 초저녁부터 개량한복 형식의 수련복을 입은 신도들이 모여들어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밤 10시쯤 되자 사람들이 부쩍 늘기 시작했고,11시가 되자 법당은 어느 새 가득 찼다. 11시30분부터 30분쯤 지도법사의 법문을 들은 뒤 자정부터 본격적인 염불이 시작되자 법당은 온통 소리의 울림통이다.

그러나 밤을 새는 수행이 쉬울 리 없다. 수행의 방해꾼인 졸음이 쏟아지면서 고개를 떨구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졸음을 참기 위해 염불을 평소보다 소리 높여,때로는 악을 써가며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장군죽비를 든 지도법사(스님)가 조는 사람들의 등을 두드리며 하나 둘 깨우자 다시 기도소리가 높아진다.

이윽고 새벽 3시30분.죽비 소리와 함께 밤샘 정진이 끝나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올리며 정리 예불을 드린다. 목도 아프고 잠도 부족할텐데 표정들은 의외로 편안하다. 이들은 밤새 무엇을 얻었을까. 이 절 신도 윤순희씨(57 · 여)는 "염불을 통해 관세음보살에 집중하면서 온갖 잡념들이 사라지고 마음이 비워진다"며 "기도정진을 통해 스스로 변화되는 걸 느낀다"고 했다. 윤씨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아무리 큰 상처를 받더라도 사흘이면 안정을 되찾을 만큼 용심(用心 · 마음씀)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또 직장인 김정환씨(46)는 "밤샘 정진이 힘들긴 하지만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게 돼 탐진치(貪嗔痴)의 세 가지 나쁜 마음이 줄고 마음의 갈등도 많이 사라졌다"며 "이제는 하루,이틀만 기도정진을 걸러도 이상할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