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만 느껴졌던 불황의 끝이 보인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조금만 더 참으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창업시장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하지만 몸을 사리는 창업자들은 리스크가 적은 소자본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건강과 웰빙 관련 업종이 재도약 기회를 엿보고 있고,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트랜디한 아이템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가맹점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 등에 따른 소비시장의 변화도 창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건강'과 '웰빙'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되고,젊음의 상징인 패스트푸드도 다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홈메이드 방식의 외식업과 홈케어 비즈니스,녹색성장을 이끌 그린 비즈니스 업종도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불안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클리닉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블루슈머를 잡아라

올 들어 출산율이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가족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고,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들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한 아이템이 유망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소와 출장요리,가사대행업은 물론 야식배달업과 페트숍,세탁배달업 등은 싱글족이나 딩크족(맞벌이 무자녀 부부)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번성하고 있다. 창업비가 저렴해 청년 창업자에게 적합하다.

웰루킹을 주목하라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와 유사하지만 아름다움을 최고 행복으로 여기는 '웰루킹'(well-looking) 풍조를 겨냥한 비즈니스도 주목받고 있다. 꽃남을 꿈꾸거나 신데렐라를 갈망하는 니즈에 편승해 남성전용 네일케어숍,트렌디양복점,보디용품전문점,에스테틱전문점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에스프레소 커피 등 음료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홈메이드 선점하라

사회활동을 하는 '워킹맘'(일하는 엄마)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엄마가 음식을 만들어 주던 모습은 사라져 가고 있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가공식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줄지 않고 있다. 최근 홈메이드 쿠킹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수제 파이전문점,반찬을 만들어 배달해 주는 즉석 도시락전문점,고객이 원하는 부위를 즉석에서 썰어 음식을 조리해 주는 정육식당,직접 고객이 만들어 먹는 셀프음식점 등이 늘고 있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고객의 니즈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향후 외식시장에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슬로~ 슬로~

건강죽이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하면서 슬로 푸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무조건 '빠르게'를 외치던 식생활 패턴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에 힘입어 한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커졌다. 느린 음식은 깊은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어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소비자들도 많다. 불경기를 대표하는 가격 파괴 전문점 대신 품격을 추구하는 '제 가격 전문점'들도 선전하고 있다. 돌솥밥전문점,보쌈전문점,즉석 두부요리전문점,묵은지요리전문점,수제칼국수전문점 등이 각광받고 있다.

스트레스 클리닉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에서 시작된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느냐가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관건이다. 불황에 매운 맛이 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음식 외에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수요가 증가한다. 미국의 '스트레스팁'(stresstip.com)은 의료분야를 넘어 여행과 스포츠,레저를 묶은 스트레스 클리닉으로 유명하다. 탈모 인구를 겨냥한 탈모 두피관리 서비스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허브용품 전문점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린 비즈니스

녹색성장 열풍이 불면서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자전거 대여업이나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판매업,아파트 베란다 조경과 자연소재를 이용한 욕실 인테리어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먹거리에서도 녹색열풍이 뜨거워져 유기농산물전문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푸드 레스토랑,기름에 튀기지 않는 오븐구이 치킨과 천연기름을 사용한 치킨전문점 등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박민구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