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화물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반면 해상 컨테이너 화물 수요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항공기를 주로 이용하는 휴대폰 반도체 등의 수출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배를 이용하는 가구 의류 건축자재 등의 수출은 살아나고 있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그동안 경기 침체로 함께 고전했던 항공사와 해운사 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살아나는 항공화물

대한항공이 지난 1~7월 국내에서 해외로 이송한 항공 화물은 총 13만 6838t으로 지난해 동기(13만4543t)에 비해 1.7%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누적 화물 수송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이 회사의 화물 수송 실적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2%까지 하락한 뒤 계속 부진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 7월엔 2만278t으로 작년 7월(1만7968t)에 비해 12.9% 늘었다. 이에 힘입어 올 들어 7월까지의 누적 수송 실적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아시아나항공도 올 1월 20% 가까이 줄었던 항공 화물 수송 실적이 지난 7월 4만9760t을 기록해 전년(5만321t)과 비슷한 실적을 올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삼성전자가 2조52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LCD(액정표시장치)와 휴대폰이 불황 속에서도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 항공 화물 실적도 지난해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서는 하반기 수송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항공 화물 수송 실적에 4~6개월 선행하는 PMI(구매관리자)지수가 작년 12월 최저치를 기록한 후 7개월 연속 상승했다"며 "최근 경기 회복 추세와 9월부터 시작되는 전통적인 화물 성수기가 맞물려 항공 화물 수송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바닥 헤매는 해상화물

해상 컨테이너 화물은 여전히 경제위기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 해운사들의 컨테이너 화물 운송 실적은 882만8421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 동기의 1069만2845TEU에 비해 17% 줄었다. 지난 7월 실적도 124만3791TEU로 작년 동기보다 21% 줄어드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컨테이너 시황을 나타내는 'HR종합용선지수'는 347.2(1997년=1000)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000을 넘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운임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항공 화물과 컨테이너 화물의 운송 실적이 엇갈리는 것은 항공기와 배가 나르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항공기는 휴대폰,LCD,반도체와 같이 부피는 작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화물을 주로 나른다. 대한항공이 올 상반기 수송한 항공 화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전자 · 전기 제품(53%)이었다. 이 중에서도 통신기기(휴대폰 및 부품)와 LCD가 각각 15.7%와 13.7%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해상 컨테이너에는 부피가 크고 상대적으로 값이 싼 화물이 실린다. 해운업 분석통계 제공 기관인 피어스(PIERS)가 올 상반기 아시아~미주 노선 컨테이너 화물 품목을 분석한 결과 컨테이너를 가장 많이 이용한 품목은 가구(18%)로 나타났다. 이어 의류,건축자재,전자제품(전자레인지 · 냉장고 등) 순이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여전히 업황이 좋지 않은 의류,건축자재 등을 주로 나르기 때문에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