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1일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 양산 출마 결심과 선거전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14일 경남 양산을 방문해 사실상 재선거 출마를 선언한다.

박 대표는 이번 주 초 주소를 양산으로 옮긴다. 박 대표 측 관계자는 "박 대표가 주소를 양산으로 옮기고 14일 양산을 방문하면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재선거 출마 시 당 대표직 유지 문제는 '사퇴'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당내에서는 여권의 핵심 관계자가 박 대표에게 당 · 정 · 청 개편을 골자로 한 여권 쇄신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박 대표가 개각 전에 대표직을 던져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박 대표가 오는 11일 이 대통령과 '티타임' 형식의 회동을 갖는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박 대표가 대표직 사퇴와 함께 양산 출마를 선언할 경우 본인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문제도 관심거리다. 양산에서는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엄호성 전 의원 등 유력한 친박계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박 전 대표의 도움없이 당선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 친박 내부에서는 박 대표가 공천을 받고 출마할 경우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한 듯 박 대표의 14일 통도사 방문에는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수행한다.

박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친이계 일부가 주장하고 있는 9월 조기전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반쪽 전대가 될 가능성이 높고,준비시간도 너무 촉박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청와대도 9월 조기전대에 대해선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전당대회는 당의 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겨야 하고 결속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친박 측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되기 힘든 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공성진 박순자 최고위원 등 친이계 최고위원이 박 대표와 함께 동반 사퇴해 지도부 공백이 커질 경우 정몽준 최고위원의 승계보다는 비상대책위원회 가동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대표가 사퇴하면 후임 대표직은 당헌당규에 따라 지난 전당대회 차점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또한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를 전제로 한 '원포인트' 최고위원 보궐선거 실시와 연결돼 논란이 예상된다.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전당대회 수임기구인 1000명 규모의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방안으로,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 시 선출직 최고위원 중 1명의 결원이 발생하는 데 따른 것이다. 친이재오계인 이군현 전국위원회 위원장이 조직을 꾸준히 관리한 것으로 알려져 이 전 의원이 선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구동회/홍영식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