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로부터 느닷없이 지수 사용료를 내라는 전화를 받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해외펀드의 성과를 비교하는 잣대(벤치마크)로 MSCI의 지수를 쓰는데 대한 비용을 내라는 요구다.

해외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들은 그동안 비용 없이 중국펀드엔 MSCI차이나지수,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엔 MSCI신흥국지수를 추종한다고 운용보고서에 기재해왔다. 이들 지수를 '형식적'으로 벤치마크할 뿐이지,지수 산출에 들어가는 종목 비중 등은 참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펀드를 운용해왔던 터라 MSCI에 지수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올 2월 자본시장운용법이 시행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펀드의 벤치마크 지수를 운용보고서에 기재하고 매달 홈페이지에도 벤치마크와의 성과 비교를 게시하도록 의무화하면서 그동안 눈감아왔던 MSCI 측이 지수 사용료를 내라고 재촉하고 나선 것.

해당 운용사들은 지수가 지식재산권인 만큼 이 같은 요구를 묵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MSCI 해외지수는 블룸버그나 야후파이낸셜 등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데 따로 돈을 내고 쓰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MSCI에 지수 사용료를 내더라도 연간 2억~3억원 정도 수준이어서 큰 부담은 아니지만 지수의 포트폴리오 내역을 참조하지 않는 펀드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대표적인 벤치마크 지수인 코스피200은 포트폴리오까지 공개되지만 무료로 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래에셋 삼성투신 등 대형 운용사들은 이미 MSCI 측에 사용료를 내고 있어 이번에 전화를 받은 해당 운용사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