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승자는 혼자다》(임호경 옮김,문학동네)는 칸 영화제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다.

그동안 《연금술사》 등 영성과 사랑에 대한 우화적인 소설로 전세계 1억 5000만 독자를 사로잡아온 코엘료가 스릴러에 도전했다는 점이 이색적으로 보이지만,사실 《승자는 혼자다》 또한 스릴러의 껍질 속에 코엘료식 주제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승자는 혼자다》의 배경은 권력과 돈이 넘쳐나는 '슈퍼클래스'들과 그들처럼 될 기회를 얻고자 몸부림치는 '슈퍼클래스 지망생'들이 넘쳐나는 칸 영화제다. 러시아 이동통신회사 회장으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슈퍼클래스' 이고르 말레프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성전이라도 치르는 양 연이어 살인을 저지른다.

그에게 살인이란,패션업계의 거물로 성장한 중동 출신 남자 하미드의 품으로 도망친 전처 에바에게 보내는 경고와 회유의 메시지다. 이 아수라장에 '슈퍼클래스'가 되고 싶어 안달난 배우 지망생 가브리엘라와 '슈퍼클래스' 진입을 눈앞에 둔 모델 재스민까지 끼어든다.

화려한 칸 영화제에서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연쇄살인은 상당히 은유적으로 묘사된다. 정통 스릴러 독자들에게 사이코패스 이고르의 살인 동기나 살인 행각은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