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주들이 하반기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로 동반 급등,증시에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했다.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가를 경신한 '포스코 효과'에다 정보기술(IT) · 금융주의 강세로 프로그램 매물을 뚫고 5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철강주들이 그동안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하반기 업황 회복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 다른 주도주와의 주가 격차를 좁히는 '수익률갭 메우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관 매수세 유입

14일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매매로 3085억원의 매물이 쏟아졌지만 철강업종지수가 IT와 함께 2% 넘게 오른 데 힘입어 1385.56으로 7.44포인트(0.54%) 올랐다.

포스코는 이날 종일 강세를 보인 끝에 44만4000원으로 2.33% 상승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3분기부터 본격적인 '턴 어라운드(실적 대폭 개선)'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면서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IBK투자증권은 포스코에 대해 "하반기엔 웃을 일만 남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에 철근 등 건설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았다면 하반기엔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강판업체들의 실적 개선폭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가격에 사온 원재료들이 점차 소진되고 있는 데다 국내 경기 회복 속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빨라 자동차나 조선용 후판의 수요 전망 역시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양 센터장은 "작년 말 60%까지 떨어졌던 열연강판 및 후판업체들의 가동률 역시 현재 90% 선까지 회복돼 정상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5000억원에 그친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하반기엔 4배 가까이 늘어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상반기 실적 부진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고 주가에도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하반기엔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진단했다.

다른 철강주들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현대하이스코는 2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며 1만3300원으로 13.19%나 급등했다. 동국제강 역시 조선업체들의 재고조정 마무리로 후판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3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에 4% 넘게 뜀박질했다. 현대제철(1.47%)과 한국철강(1.98%)은 물론 동양강철 포스코강판 BNG스틸 등 중소형 철강주들도 기관 매수에 힘입어 상승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67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철강업종에 대해선 436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강세 이어갈 듯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기관들의 선제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 철강주들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에 이어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철강가격이 꾸준히 반등하고 있는 데다 상반기 원재료 가격이 크게 떨어져 이익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통적으로 하반기엔 철강주들이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현 수준에서 10~20%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철강주들의 선전은 일부 업종의 '나홀로 강세'로 버티고 있는 증시 전반에도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철강주를 대거 사들인 점이 인상적"이라면서 "주가 부담이 덜한 데다 하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로 IT와 자동차 은행 등과 함께 시장을 견인하는 역할도 기대할 만하다"고 밝혔다.

다만 업체별로 이익 개선 속도는 다를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익 저점을 찍었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건설경기 등과 연동된 업체들의 경우 아직은 전망이 불투명하다"면서 "IT나 금융에 비해서는 시장을 견인하는 힘이 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중 연구원은 "현대제철 등 철근 생산 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비수기인 3분기엔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