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다. 황량한 벌판에 우뚝 솟은 현대식 건물 그리고 곳곳에 새로 올라가는 개성 넘치는 빌딩과 그 주변을 둘러싼 타워크레인으로 현재보다 미래의 모습이 더 기다려지는 곳.작년에 들렀던 두바이가 이랬던가.

규모가 비교적 작고 공사장 대부분이 호텔 리조트라는 것 그리고 버스 창밖 거리에 행인들이 많아 사람 냄새가 더 난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고 할까.

Take 1 미래도시는 현재진행형

마카오 반도 옆의 타이파 섬과 콜로안 섬 사이를 매립해서 만든 '코타이 스트립'은 신천지를 꿈꾼다. 공사 중인 대형 호텔들만 20개가 넘는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로 더 유명해진 베네시안 리조트가 한가운데서 위용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거리를 재현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그 옆에 이번 달 새로 문을 연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 리조트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고전풍인 베네시안과 전혀 다른 3개의 현대적인 호텔 중에서 골라 묵을 수 있다. 하드록 호텔의 로비에 들어서자 본 조비의 기타와 머라이어 캐리의 의상이 반긴다. 이 호텔은 유명 밴드와 가수들의 소장품을 호텔 곳곳에 전시하고 있다. 2층 카지노 한가운데선 보아의 신발도 볼 수 있다. 옆에 있는 크라운 타워 호텔은 캐주얼한 분위기의 하드록 호텔과 달리 고품격의 세련미를 자랑한다. 또 다른 한 곳,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올 가을에 개장한다.

호텔들을 길처럼 연결시킨 '더 블러바드(the boulevard)' 쇼핑몰을 따라 걷는다. 얇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매장에 들어가기는 머뭇거려진다. 형형색색의 쇼윈도가 눈을 즐겁게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어린이들이 있다면 함께 '버블'극장으로 가보자.돔처럼 생긴 천장 전체가 360도 스크린으로 만들어졌다. '용의 보물'이란 멀티미디어 쇼에서 용이 천장 전체를 오가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너무 몰입해서 고개를 상하좌우로 휘저으며 감상하다보니 목이 좀 뻐근해진다.

리조트 가운데는 마카오의 다른 호텔들처럼 거대한 카지노가 자리잡고 있다. 입구에서 바라보니 끝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게임테이블과 게임기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고 있다. 영화 탑건의 주인공들이 그려진 슬롯머신도 보인다. 어릴 적 동네오락실에서 전자오락하듯 유쾌하게 게임을 즐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다양한 게임기를 두드려본다. 아차!돈을 따려면 한 곳에 진득하게 앉아 있어야 했나?

Take 2 세계문화유산 걷기 여행

다음 날 아침 일찍 호텔을 나와 마카오 반도로 향한다. 이 땅은 400여 년 전 포르투갈인들이 정착해 동서양의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건축물을 발전시켜온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유적 25곳이 구시가지 곳곳에 흩어져 있다.

구시가지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세나도 광장에서 출발한다. 남쪽이나 북쪽 끝에서 순차적으로 걸어도 되지만 쇼핑과 먹거리의 중심지를 빨리 보고픈 마음에 먼저 발을 옮겼다. 물결치는 듯한 얼룩말 무늬의 타일이 광장에 가득 차 있다. 주변을 둘러싼 건물들도 이국적이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중국인들이 북적거리는 시장이 있다. 신기한 꼬치들과 과일이 가득하다. 이 광장의 겉은 유럽이나 속은 역시 아시아 그대로다. 지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성 아우구스누스,성 요셉,성로렌스 성당을 차례로 지난다. 옛날 동아시아 지역 선교의 기반이 되었던 가톨릭 성지라고 한다.

주택가 골목을 따라서 계속 가면 반도의 제일 끝자락에 있는 아마 사원에 도달한다. 이곳은 마카오란 이름의 도시가 존재하기 전부터 있던 사원이다. 이 사원은 유교 불교 도교 뿐만 아니라 토착 신앙의 모습까지 담고 있다.

버스를 타고 유적들 중 제일 북쪽에 있는 까사 가든으로 향한다. 포르투갈의 돈 많은 상인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위쪽 공원을 가로질러 가니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있다. 큰 길을 따라 내려오니 성안토니오 성당이 보인다. 이곳에서 결혼식을 많이 올려서 꽃의 성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상가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어서 내려오면 성바울 성당의 유적이 보인다. 66개의 계단 위에 화재로 몸체를 잃은 바로크풍의 앞모습만 당당하게 우뚝 서 있다. 성서 속 이야기가 정교하게 조각돼 있으니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옆으로 몬테 요새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네덜란드 침입자에 맞서 싸우던 곳이란다. 대포들이 대양을 향하여 정조준하고 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호텔들은 화려한 불빛을 밝히기 시작한다.

마카오=글/사진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여행 TIP

에어마카오에서 인천~마카오 간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3시간30분정도.홍콩 선전 등 주장 하구의 도시에서 페리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마카오 반도와 섬 사이는 3개의 다리를 통해 연결돼 있다. 택시로 10분이면 다리를 통과하여 반도와 섬을 오간다. 시내버스 노선이 마카오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어 버스를 타고 돌아보는 것도 좋다. 하루 일정으로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시내 구석구석 맛집이나 콜로안 섬의 한적한 바닷가를 둘러본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음식으로는 육포와 에그타르트가 유명하다. 마카오의 육포는 고기를 도톰하게 말려서 비교적 부드럽다. 단맛 매운맛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성바울 성당의 유적에서 세나도 광장으로 가는 길목에 육포 전문점들이 모여 있다.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 전통과 중국의 영향이 섞인 마카오의 명물이다. 콜로안 빌리지에 원조집이 있다. 정통 포르투갈 음식점에서 남유럽의 맛을 즐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