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의 와인이 있는 서재] (16) 부르고뉴 와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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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신의 선물"… 수도사, 포도밭 마다 등급 매기고 '테루아' 밝혀내
프랑스 와인 생산지 중에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동부 추운 지방에서는 매년 가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열광시키는 꿈의 와인들이 생산된다. 루이 16세의 주치의도 왕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처방했던 맑고 투명한 붉은색의 부르고뉴 와인들이다. 약한 타닌에 잘 익은 딸기와 붉은 체리향이 풍부하지만 산도가 높아 까칠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제임스 딘' 이미지의 와인이다. 그러나 기후의 변동성이 심해 매년 작황 예측이 어렵고 다양한 지역 토양에 따른 도멘별 와인의 특징은 복잡하고 난해하다. 와인의 달인 로버트 파커조차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공부는 초등학교 과정처럼 쉽게 시작하지만,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박사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보르도가 양적인 면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지만,부르고뉴 와인은 우아하고 섬세한 향에 생산량도 적어 전체적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다. 실제로 유럽왕실과 부호들로부터 수요가 넘치는 유명한 도멘 '로마네 콩티'의 한 해 와인 생산량은 6000병 정도로,보르도의 '샤토 라피트 로쉴드' 생산량의 1%밖에 안 된다. 따라서 가격도 엄청나지만 수입상이나 소매상들은 원하는 만큼 살 수도 없다. 도매인이 생산하는 다른 와인 11병과 '로마네 콩티' 한 병을 합쳐 한 다스(12병) 단위로 살 수 있을 뿐이다.
부르고뉴 와인은 기후와 토양의 특징이 가장 잘 반영된 자연을 닮은 와인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조그만 길 하나 건넌 두 포도밭에서 서로 다른 테루아의 특성을 보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특히 재배가 어렵고 좋은 와인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피노누아 한 품종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된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최상급부터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까지 편차가 심하다. 이런 점은 장인들의 후각과 미각에 의해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를 중심으로 여러 품종을 블렌딩해 비교적 일관된 수준을 유지하는 보르도 와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라서 보르도의 와인 등급 체계는 1855년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 비싼 값에 파는 샤토와 생산자들에게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 이에 비해 부르고뉴에서는 포도밭별로 등급이 결정되므로 밭의 소유자나 생산자에 따라 와인의 등급은 변하지 않는다.
중세에는 귀족들의 증여와 십자군전쟁에 참가한 기사들의 헌납으로 부르고뉴의 많은 포도밭들이 수도원의 소유가 됐다. 11세기 베네딕틴수도원에서 분파한 '시토'(Cistercian) 수도사들은 수도원의 모든 일에 완벽을 기했으며 '하느님이 만드신 창조물'을 돌보는 데 몸과 마음을 다했다. 이들은 대지를 '신의 목소리'로 이해하며 그 위에서 자란 포도와 와인은 신의 뜻이 통하는 매체로 이해했다. 따라서 작은 포도밭 하나까지 토양을 분석하고 기후가 포도와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크뤼'의 개념을 정립했다. 또 특정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빚은 와인의 특징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테루아'의 진실도 밝혀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수도사들은 20세기 중반 체계적인 등급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이미 포도밭별로 기초적인 등급을 매겼다. 유명한 포도원인 '클로 드 부조'의 예를 들면,높은 곳에 있어 햇빛이 좋고 배수가 잘 되는 포도밭은 '교황의 와인생산지',이보다 조금 못한 언덕 중턱은 '왕의 와인생산지',그리고 진흙이 섞인 석회질 토양의 낮은 구릉은 '수도사들의 와인생산지'로 구분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수도원이 필요한 양 이외에 상업적인 목적으로는 와인을 생산하지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귀족과 교회의 권력에 대항하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부르고뉴 수도원 소유의 모든 포도밭은 혁명정부에 몰수됐다. 가난한 농민들은 큰 포도원을 살 수 없었으며,인근 도시의 투자가나 사업가들에게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팔려 나갔다. 특히 나폴레옹의 '균등상속법'으로 포도밭이 세대를 거듭하며 자식들 간에 분할 상속되어 부르고뉴 지방의 토지 소유관계는 매우 복잡해졌다. 보르도 샤토가 대규모 포도밭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건물이 있는 호화로운 단지 개념인 것과 달리,부르고뉴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 도멘은 여러 지역에 산재한 아주 작은 포도밭들을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 소유의 검소한 와이너리를 뜻한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특급 포도밭인 '코르통'은 소유주가 200명이 넘으며,본 로마네 마을의 포도밭 '에쎄조'도 면적은 34만m²정도로 작지만 생산자만 84명이 넘는다. 따라서 같은 포도밭을 소유하더라도 생산자에 따라 와인의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와인 칼럼니스트 · 여유공간 대표 sowhatchoi@gmail.com
보르도가 양적인 면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지만,부르고뉴 와인은 우아하고 섬세한 향에 생산량도 적어 전체적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다. 실제로 유럽왕실과 부호들로부터 수요가 넘치는 유명한 도멘 '로마네 콩티'의 한 해 와인 생산량은 6000병 정도로,보르도의 '샤토 라피트 로쉴드' 생산량의 1%밖에 안 된다. 따라서 가격도 엄청나지만 수입상이나 소매상들은 원하는 만큼 살 수도 없다. 도매인이 생산하는 다른 와인 11병과 '로마네 콩티' 한 병을 합쳐 한 다스(12병) 단위로 살 수 있을 뿐이다.
부르고뉴 와인은 기후와 토양의 특징이 가장 잘 반영된 자연을 닮은 와인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조그만 길 하나 건넌 두 포도밭에서 서로 다른 테루아의 특성을 보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특히 재배가 어렵고 좋은 와인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피노누아 한 품종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된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최상급부터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까지 편차가 심하다. 이런 점은 장인들의 후각과 미각에 의해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를 중심으로 여러 품종을 블렌딩해 비교적 일관된 수준을 유지하는 보르도 와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라서 보르도의 와인 등급 체계는 1855년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 비싼 값에 파는 샤토와 생산자들에게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 이에 비해 부르고뉴에서는 포도밭별로 등급이 결정되므로 밭의 소유자나 생산자에 따라 와인의 등급은 변하지 않는다.
중세에는 귀족들의 증여와 십자군전쟁에 참가한 기사들의 헌납으로 부르고뉴의 많은 포도밭들이 수도원의 소유가 됐다. 11세기 베네딕틴수도원에서 분파한 '시토'(Cistercian) 수도사들은 수도원의 모든 일에 완벽을 기했으며 '하느님이 만드신 창조물'을 돌보는 데 몸과 마음을 다했다. 이들은 대지를 '신의 목소리'로 이해하며 그 위에서 자란 포도와 와인은 신의 뜻이 통하는 매체로 이해했다. 따라서 작은 포도밭 하나까지 토양을 분석하고 기후가 포도와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크뤼'의 개념을 정립했다. 또 특정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빚은 와인의 특징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테루아'의 진실도 밝혀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수도사들은 20세기 중반 체계적인 등급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이미 포도밭별로 기초적인 등급을 매겼다. 유명한 포도원인 '클로 드 부조'의 예를 들면,높은 곳에 있어 햇빛이 좋고 배수가 잘 되는 포도밭은 '교황의 와인생산지',이보다 조금 못한 언덕 중턱은 '왕의 와인생산지',그리고 진흙이 섞인 석회질 토양의 낮은 구릉은 '수도사들의 와인생산지'로 구분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수도원이 필요한 양 이외에 상업적인 목적으로는 와인을 생산하지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귀족과 교회의 권력에 대항하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부르고뉴 수도원 소유의 모든 포도밭은 혁명정부에 몰수됐다. 가난한 농민들은 큰 포도원을 살 수 없었으며,인근 도시의 투자가나 사업가들에게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팔려 나갔다. 특히 나폴레옹의 '균등상속법'으로 포도밭이 세대를 거듭하며 자식들 간에 분할 상속되어 부르고뉴 지방의 토지 소유관계는 매우 복잡해졌다. 보르도 샤토가 대규모 포도밭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건물이 있는 호화로운 단지 개념인 것과 달리,부르고뉴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 도멘은 여러 지역에 산재한 아주 작은 포도밭들을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 소유의 검소한 와이너리를 뜻한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특급 포도밭인 '코르통'은 소유주가 200명이 넘으며,본 로마네 마을의 포도밭 '에쎄조'도 면적은 34만m²정도로 작지만 생산자만 84명이 넘는다. 따라서 같은 포도밭을 소유하더라도 생산자에 따라 와인의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와인 칼럼니스트 · 여유공간 대표 sowhat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