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는 투자 성향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대부분 대형주 위주로 편입해 실제 운용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식적으로 유형만 다를 뿐 펀드 운용은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지적이다.

3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성장형 · 가치형 · 배당형 부문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의 투자종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주식 비중에서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편입 비중이 모두 50%를 넘어서며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펀드 유형별 시가총액 상위 20종목(우선주 포함)에 대한 편입 비중은 디스커버리 · 인디펜던스 · 솔로몬 · 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 등의 미래에셋 펀드와 삼성그룹주(한국투신) 마켓스타(KTB) 등이 포함된 성장형펀드가 58.44%로 가장 높았다.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 세이가치형 신영밸류 등의 가치형펀드가 53.47%로 뒤를 이었다. 삼성배당 마이다스블루칩배당 신영고배당 하나UBS배당60 등으로 구성된 배당주펀드는 52.84%로 집계됐다.

김희망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펀드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유형별로 투자 중인 종목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량주나 업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포함하면 대형주 집중현상은 더 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투자 성향에 따라 펀드는 나뉘었지만 펀드 성과는 대부분 코스피지수 등과 비교하는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성장형펀드는 시장평균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데 증시가 하락할 때나 오를 때 펀드 수익률의 비교대상은 늘 코스피지수여서 이를 무시하고 펀드를 운용하기 힘들다"며 운용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특색 있는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 들어 녹색 관련주가 두각을 나타내자 미래에셋 ING자산운용 등에서 녹색펀드를 잇따라 내놓았지만 자금이 별반 몰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녹색펀드라 해도 시장수익률과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러 종목을 담을 수밖에 없는 펀드보다 주가상승률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직접투자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