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에는 노사 분규가 없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건 1987년.현재까지 22년 동안 노사 무분규 사업장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가 무분규 사업장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신뢰와 양보를 바탕으로 한 노사간 원활한 소통 덕분이다. 노사는 '상생의 동반자'라는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열린경영,참여경영,투명경영 등 신노사문화 운동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노사간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경영자와 근로자 간 활발한 의견 교류를 위한 노사협의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勞經不二'의 신노사문화 구축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월21일 여수시 제1공장에서 기옥 사장과 울산수지공장, 울산고무공장,여수고무공장 등 3개 노조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항구적 노사 산업평화 실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노조는 실천 결의문을 통해 '2009년도 임금협상 및 단체협상 동결'을 선포했다. 회사 측도 임원들의 연봉 10% 반납 결의문을 채택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이 상생의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노경불이(勞經不二 · 회사와 근로자는 하나다)'라는 경영 이념 때문이다. 노사는 신노사문화 구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년 공장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노사 한마음 연수와 체육대회를 열고 있으며 회사 임원과 노조간부 전원이 참석하는 노사 한마음 산행도 실시하고 있다. 단체협약에 따라 매년 상반기 중 노사 합동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연수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도 함께 참여해 일주일간 중국에서 진행된다.

활발한 노사협의회 활동도 이 회사의 자랑이다. 분기별로 1회 이상 노사협의회를 열어 복지제도 등 근무환경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노사협의회를 통해 개진된 발의 건수는 147건.이 중 144건이 노사 합의를 통해 해결됐다. 노사협의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원들에게 경영현황 투명 공개


금호석유화학은 노사간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해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반장 및 대리 회의,월별 경영현황 설명회 등 각종 회의체를 통해 회사의 방침과 경영 현황을 직원들에게 신속히 알리고 있다. 노조원들에게 회사의 경영 상태를 가감없이 공개하는 등 노조를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신뢰와 노력이 무분규의 비결인 것임은 물론이다.

경조금 및 휴가,출장비,포상제도,사내근로복지기금,의료비 지원 등 복지 정보를 제공하는 복지정보 시스템을 운영하며 노조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노사 간부들은 수시로 현장을 방문,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간담회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근로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고충처리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고충처리위원은 노사협의회 위원 중 노사 각 1인으로 구성돼 있다. 고충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고충 사항을 접수하면 10일 이내에 본인에게 처리 결과를 통보한다. 또 사내 인트라넷에서는 '즉시 바꿔 주세요'라는 무기명 게시판을 운영하며 근로자의 불만 및 요구사항을 처리하고 있다. 이달 초 현재 총 310건의 게시글이 등록됐고 이 중 260건이 해결됐다.

◆다양한 직원 교육프로그램 운영


노사 상호간 일체감 조성과 주인의식 제고를 위한 조직 개발 및 활성화과정 교육 등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노조원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된 이 교육 프로그램은 노조원을 포함한 1003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총 12기에 걸쳐 진행됐다. 교육 내용은 경영 현황에 대한 최고경영자(CEO) 특강,'열정과 혁신' 등 회사 핵심 가치에 대한 이해와 실천 등으로 구성됐다.

회사는 또 기능직 사원의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매년 1회 '초일류 금호아시아나인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에 기여한 근로자를 선정해 수상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공장 임직원 배우자를 대상으로 금호아시아나 주부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수능 시험을 보는 임직원 자녀들에게는 합격 기원 선물도 주고 있다. 생일을 맞은 임직원 배우자나 부모에게는 축하 꽃다발과 와인을 선물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사원은 물론 그 가족까지 세심하게 배려함으로써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절로 갖게 한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기울이는 마당이다 보니 노사 분규가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