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등락에 울고 웃는 투자자들이 어디 한둘일까. 그만큼 주식시장은 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또한 ‘금융지식’이라는 진입장벽도 높다. 영화같은 사연이 즐비한 곳이지만, 주식시장이 그 동안 영화 소재로 외면당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드디어 주식시장을 소재로 삼은 영화가 등장했다. 지난 12일에 개봉한 이호재 감독의 ‘작전’이다. 작전세력과 개미투자자의 이야기를 다룬 국내 최초의 영화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개봉 2주째인 ‘작전’은 20만7867명을 동원해 흥행 순위 4위에 올라있다.
“우연히 술자리에서 증권가에 있던 형 친구들로부터 주가조작을 하는 사람들, 즉 작전세력에 관한 얘기를 들었는데,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더군요.”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쓴 이호재 감독은 2006년부터 2년 간 관련 내용에 대해 꼼꼼히 취재했다. 증시 관련 책도 보고,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는 주식정보 포털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도 샅샅이 찾아 읽었다. 일반 증권사 직원, 기업인, 소액투자하는 개인 등 증시와 관련된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작전을 해 본 사람도 두 명이나 직접 인터뷰했다. 지인을 통해 어렵게 소개 받았다고 한다.
“처음엔 안만나겠다고 하던 사람들이었지만, 익명 보장 약속을 하고, 과거 경험을 얘기만 해주면 된다고 끈질기게 설득을 했죠.”
어렵사리 ‘전직’ 작전세력을 만났지만, 이 감독은 그들이 해준 복잡한 얘기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손짓, 말투 같은 태도나 그들이 강조하던 논리는 영화 속 작전세력을 통해 비슷한 톤으로 반영했다. ‘주가조작이 범법 행위지만 비일비재하고, 필요악이다’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고.
직접 만나본 증권가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물었더니 대뜸 “옷을 잘 입는 것 같더라”는 답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취재해보기 전에는 증권가 쪽이 꽤 럭셔리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술도 많이 하고, 입도 거친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증시 주변인들이 몇 억은 쉽게 대하는 분위기에도 놀랐다고.
“제 영화 속 작전이 600억원 규모인데, 증권정보 포털에서 제 영화를 소개한 기사 밑에 ‘그 정도 액수가 뭐 별거냐’는 댓글이 붙어서 당황스럽더라고요. 하지만 증권가 사람들이 거액을 자주 접하긴 하지만 진짜 자기 돈으로 만져본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남의 돈이라 증시 사람들은 그만큼 스트레스도 더 크겠다 싶어요.”
영화에서는 작전에 편승해 인생역전을 노리던 개미투자자가 가치투자로 대박을 터트리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주식투자 자체에 대한 비판은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전처럼 옳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은 하더라도 돈 버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며 “올바르게 돈 벌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가 생각하는 증시 ‘작전’의 본질은 무엇일까?
“‘욕심’이고, ‘반칙’이라고 봅니다.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서 통정매매(작전세력끼리 짜고 주식을 사고 팔면서 주가를 올리는 것)를 하고, 검은머리 외국인(외국계창구로 매매주문을 내는 국내투자자)으로 위장해서 선량한 투자자들을 속이는 이런 것들은 도덕적으로 해이해졌다는 것이죠. 다 욕심을 기반으로 한 반칙 아니겠어요?”
영화 속에서 투자지표 중 하나인 BPS(주당순자산)를 콕 집어서 언급한 이유도 물었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 속에 있는 요즘은 성장가치보다 자산가치가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이를 감안한 선택이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하, 순전히 우연이라고 봐야죠.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 같은 지표를 많이 쓴다고 들었는데, 이런 지표는 말로 설명하면 좀 길어지더라구요. 하지만 BPS는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 용어였고, 바로 이어지는 대사인 ‘비피더스(유산균의 일종)’와의 연관성도 있고 해서요.”
끝으로, 주식시장 관련 영화를 만든 이 감독의 주식투자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영화준비하면서 공부하느라 주가지수가 2000을 웃돌던 2007년에 100만원을 갖고 처음으로 직접투자에 나서봤죠. 수익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서 흐름을 보려고 일부러 급등주 몇 종목만 사봤어요. 성적이요? 이달 초에 확인해봤을 때 4만원 남아 있던데요.”
글=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사진=한경닷컴 김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