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의 정기 임원인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뜬 별' 이상으로 '진 별'이 많았다는 게 이번 인사시즌의 특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상당수 기업이 임원 숫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300명에 가까운 임원을 내보낸 삼성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야 하는 퇴직 임원들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달랑 퇴직금만 받고 내쳐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최대 6년간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고문'으로 대우받는 사례도 있다. 퇴직 임원에 대한 예우는 기업별로 천차만별이다. 대개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전임자에 대한 예우가 후하다.

◆사장급은 퇴직 후 3~6년 별도 관리

재계 1위 삼성은 퇴직 임원에 대한 예우도 최고 수준이다. 공식적으로 이름을 붙인 프로그램은 없지만 짧게는 1년,길게는 6년까지 퇴직 임원을 돌봐준다.

사장급에게는 통상 3년 임기의 상근직인 '상담역'을 맡긴다. 사무실과 비서가 배정될 뿐 아니라 전용 차량도 현직 때와 다름없이 제공된다.

'퇴직'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을 뿐 일상 생활엔 아무 변화가 없는 셈이다. 상담역 임기가 끝난 뒤라 하더라도 회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계약을 연장한다.

대개 상담역을 마친 임원은 3년짜리 비상근 자문역을 맡는다. 삼성 퇴직 최고경영자(CEO)들의 사무실은 서울 중앙일보 사옥에 있다. 현재 10여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사장 이하 임원급은 대개 출근이 필요없는 1년의 비상근 자문역 자리를 준다. 사무실을 따로 마련해주지는 않지만 급여와 주요 복리후생을 지원,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퇴임 임원들의 급여 수준은 현직에 근무할 때의 70~80% 선으로 알려졌다.

임원마다 연봉의 편차가 심해 실제 지급액의 차이가 크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공헌도와 퇴직 당시 직급 등에 따라 예우가 달라진다"며 "자문역 상담역 등도 해마다 계약을 맺는 직책인 만큼 임기와 대우가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퇴직 임원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는 기업이 나타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성향이 강하다"며 "회사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뒤를 봐주기 때문에 다른 기업 퇴직 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 치료 · 구직 컨설팅도 제공

LG도 사장급 이상의 임원이 퇴직하면 고문으로 위촉한다.

고문의 임기는 1~2년이다. 고문을 맡고 있는 동안은 별도의 차량과 비서가 제공된다. 비서는 3~4명당 한 명꼴이다. 이들의 '베이스 캠프'는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LG클럽이다.

고문 임기가 끝나면 비상근 자문역이 된다. 자문역의 임기는 통상 2년이다. 부사장 이하 임원은 퇴직 직후부터 자문역에 포함시킨다. 퇴직 임원의 급여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략 현직에 있을 때 기본급의 80%로 알려져 있다.

LG는 퇴직 임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창업이나 구직을 도와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가 2002년 마련한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그램은 6개월간 진행되며 정리,탐색,새출발 등 3단계로 나눠 퇴직 임원을 관리한다. 정리 단계에서는 심리치료사가 '1 대 1 상담' 등으로 퇴직 임원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탐색 단계에서는 향후 진로를 정한다.

구체적인 직업 정보는 마지막 새출발 단계에서 제공한다. 전직을 원하는 임원들에게는 새로운 직장을 알선해 준다. 창업 희망자들을 위한 코스는 별도다.

LG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다음 직장이 결정된 사람을 제외한 거의 모든 퇴직 임원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 역시 1~3년간 퇴직 임원을 '고문'으로 예우하고 있다. 고문의 임기는 상무급은 1년,전무급은 2년,부사장 이상은 3년 내외다. 1년차 퇴직 임원들은 급여,사무실,비서,차량,골프회원권 등 현직에 있을 때와 동일한 혜택을 누린다. 2년차부터는 혜택이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현대 · 기아자동차도 필요에 따라 전무 이상의 고위 임원을 1~2년간 상임고문이나 자문역으로 위촉한다. 상임고문이 되면 차량과 비서를 지원받을 수 있다. 상무 이하 임원에게는 퇴직금과 별도로 위로금을 지급한다.

송형석/김태훈/이상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