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날 외국인 투자자 7~8명을 만나 보니 그들은 그동안의 원 · 달러환율 상승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는 실제보다 150포인트 정도 낮은 1000~1050선 정도로 느끼고 있어 연말 원 · 달러환율이 1200원 정도까지 간다고 보면 충분히 사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전했다.
구 사장이 증시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소견을 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 밝히기는 지난해 초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모처럼 입을 열었던 만큼 그의 말에는 언뜻 자신감이 엿보였다.
구 사장은 국내시장 상황도 유동성 확대로 많이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시장에서도 주가가 빠지면 들어오겠다는 생각을 가진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올 1분기엔 한번쯤 1000선이 무너지고 전저점(938포인트)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전저점이 무너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더 내리면 산다는 생각보다는 지금부터 조금씩 나눠 사들어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과거 1998년 외환위기 직후와 이번 위기에 대한 시각도 밝혔다. 구 사장은 "외환위기 직후처럼 증시가 'V'자형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번에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라는 큰 변수가 있다"며 "시중에 풀린 돈은 언제든 여건이 마련되면 증시로 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종 대표주가 유망할 것으로 본다"며 "은행주도 굴곡은 있겠지만 이미 싼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의 최대펀드인 인사이트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미래에셋 전체 펀드의 전반적인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구 사장은 인사이트펀드의 국가 간 자산 배분 등 운용전략의 큰 틀에 대해 각 국가별 운용책임자(CIO)들과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인사이트펀드(클래스A,10일 기준) 수익률은 최근 1주일 기준으로는 6.94%, 1개월은 1.89%, 3개월 -1.20%로 일부 회복돼 벤치마크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월드지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운용 책임자들이 작년 4분기에 중국과 브라질 투자 비중을 늘린 게 주효했다"며 "향후 수익률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그는 이어 "올해 중국 시장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중국 대표기업들의 주가는 기업 내용이 좋아지면서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증시가 500~1000 사이에서 머문 동안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종 대표주의 주가는 수십배씩 뛰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작년 말 기준 인사이트펀드는 중국(76.49%) 한국(8.68%) 브라질(6.19%) 순으로 투자 비중이 높다.
하지만 그는 "중국 비중을 높였지만 국가별 자산 배분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