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영화제목과 같은 일이 연예계에서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기획사들이 심부름센터 등을 이용해 소속돼 있는 연예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복제해 문자송수신 내용 등을 감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연예계에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소속사가 연예인 휴대전화를 복제해 사생활을 감시해왔다는 것만으로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전지현 휴대전화 복제…소속사 대표 내일 소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9일 전지현의 소속사 싸이더스HQ 사무실을 1차로 압수 수색했다고 20일 밝혔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일부 심부름센터 직원들의 휴대전화 불법 복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전지현씨의 휴대전화 불법 복제에 소속사 관계자들이 개입된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내일 참고인 자격으로 싸이더스 대표 정모(41)씨를 불러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전지현과 일반인 40여 명의 휴대전화를 복제한 흥신소 직원 2~3명을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흥신소 직원들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로 사무실을 자주 바꾸면서 휴대전화 복제 의뢰를 받았다.

경찰은 일부 흥신소의 휴대전화 복제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지현의 휴대전화가 불법 복제된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 관리는 감시에서부터

전지현 휴대전화 복제에 대해 전날까지 무관하다고 발뺌하던 싸이더스HQ측은 결국 압수수색 하루만인 이날 휴대폰을 불법으로 복제해 감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소속사가 연예인 관리를 명분으로 사생활까지 감시를 한다는 사실이 드런난 것이다.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은 연예인의 스캔들을 관리한다는 명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 뜨는데 수년에서 십수년이 걸리지만 인기가 식는데는 하나의 기사, 비디오, 스캔들로 나락으로 떨어진다"며 "스타로 성장되기까지 막대한 소속사의 투자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감시 아닌 감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전지현의 휴대전화 복제 파문 역시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 차단과 밀접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지현의 경우 배우보다 CF 스타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소속사 측에서 '스캔들=치명타'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업계 지적이다.

전지현은 지난 1997년에 데뷔한 이래 완벽한 이미지 관리로 10년 이상 최고의 CF 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럼에도 터져나오는 열애설로 세간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싸이더스 정모 대표와의 뜻하지 않는 결혼설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재미교포와의 결혼설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속사라면 관리 차원에서라도 소속 연예인의 연애사실도 알고 있어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소속사 차원에서 방어할 수 있다"며 "연예인들의 사생할 침해를 정당화하고 있고 연예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 연예인은 뺏길 수 없다


연예인을 스타로 성공시키는데 소속사의 시간 노력과 자금이 투여되는 만큼 스타를 지켜내는 것이 연예기획사 경영의 기본이다.

연예지망생 단계서부터 소위 '노예계약서'를 써가며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CF 퀸의 자리를 지켜온 전지현 급의 배우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연예기획사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니저를 통해 사생활과 통화내역 등을 감시하는가 하면 휴대전화 복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패스워드 파악 등을 통해 만약의 사태(?) 대비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전지현과 싸이더스HQ는 재계약 여부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소속사는 연예인 관리에 더욱 철저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기획사와 연예인은 계약 만료 몇 개월 전에 소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지현과 싸이더스HQ는 최근까지 구체적인 계약 논의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지현 휴대전화 복제 파문이 수사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소속사의 계획적인 복제로 드러난다면 연예계에 몰고올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전망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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