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업황이 양호한 산업 분야가 드물다. 그 중에서도 건설업종은 집값 하락과 금융시장 경색이라는 강펀치를 얻어맞으며 체력을 소진, 연일 구조조정 우려에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침체에 맞서고자 정부는 다양한 경기활성화 조치를 내놓고 있다. 건설경기 부양 정책은 그 최일선에 서있다. 정부는 또한 금리를 내려 꽉 막힌 자금의 숨통을 틔우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위기의 한복판에 서있다 보니 건설주는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기대감 혹은 우려감에 휩쓸려 다니는 양상이다.

과연 올해 건설업종은 부활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호재와 악재를 골고루 끌어 안고 있어 투자자들의 마음을 늘상 졸이게 만들던 건설주는 이제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전해줄 수 있을까?

◆건설업종, “다 같이 웃으시면 좋으련만…”

건설시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집값 흐름, 미분양 추이, 금리 전망 등의 수치 지표와 정부 정책에 이르기까지 들여다 볼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잘 모셔야 할 시어머니가 여럿인 셈이랄까.

우선 집값의 약세는 올 한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도 많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으로 인해 집값 전망을 하기가 어렵다 보니 주택산업연구원은 아예 올해 집값 전망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집값 하락세는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집값 전망치를 제시한 국민은행연구소는 올해 주택가격이 전년대비 연간 5%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택시장 전반의 침체와 경기위축으로 회복이 어렵다는 것.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외환위기 시절 전국 주택가격은 금융 및 실물경제 충격으로 13개월간 13.2% 하락했다.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는 약 10~12개월 동안 이어지고, 이 기간 동안 가격 하락폭은 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미분양 수치는 감소세를 보여 희망을 주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0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 수는 총 15만5720채라고 집계했다. 전월대비 1521채(1.0%) 감소다. 이는 지난 2005년 6월 이후 3년 4개월 만의 첫 3개월 연속 감소세라 주목된다. 지난해 7월 16만595채를 고점으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미분양 문제는 건설업종 위험의 핵심 중 핵심이다. 조윤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분양주택 증가는 현금 유동성 부족을 심화시키고, 건설사의 부외부채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 채무를 현실화시킬 수 있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미분양이 증가를 멈추고 감소로 반전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건설업황 회복에 중요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의미가 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우증권의 송흥익 애널리스트는 “이번 3개월 연속 미분양 감소는 추세적인 감소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2008년 10~12월 평균 주택분양 세대수는 1만9160호로 전년동기 평균인 9만1767호와 비교해 대폭 줄었고, △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2008년 고점대비 크게 2.25%포인트 하락해 현재 3.93%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2008년 11~12월 미분양도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고, △몇몇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신고할 일부 주택사업을 중단하는 등 건설사들이 지난해 10월 이후 미분양 우려에 무리한 분양을 자제하는 점도 언급했다.

금리는 건설업종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경기침체 국면인 만큼 하락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성태 한국은행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새해 기준금리는 경기회복과 금융시장 상황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신년 연설에서 “가계와 중소기업의 금리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말했다.

현재 연 3%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안에 연 2%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무려 1%포인트를 전격 인하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보여줬고, 미국, 일본, 유로 지역 등은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기준금리 추이를 하락기조로 점쳐볼 만한 요인들이라 하겠다.

올해 첫 금통위가 오는 9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돈 풀어도 한계 … 관건은 주택시장 회복 여부

정부는 현재 건설업종을 불쏘시개 삼아 경기회복 군불을 떼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 6일 정부는 ‘녹색뉴딜사업’에 4년간 총 50조원이라는 거금을 쏟아 부을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9대 핵심 프로젝트 중에서 4대강 살리기, 중소댐 건설, 자전거 도로 및 철도망 확충 등 건설 관련 분야에만 녹색뉴딜사업 예산의 약 40%인 20조원 가량을 배정하며 건설업종 편애를 과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황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공공 투자 외에도 건설업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집값, 시중 유동성 추이, 미분양 흐름, 부동산 규제 관련 조치 등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동부증권의 홍서연 애널리스트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확대된다 해도 공공부문은 수익성이 낮고, 건설시장 침체 원인인 주택시장 회복이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건설업종이 추세전환 되려면 주택시장 회복 가시화, 주택부실 제거, 주택사업 리스크를 커버할 수 있는 신사업 발굴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흥익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에는 건설사 구조조정 진행, 신규 주택수주 감소, 해외수주 감소, 공공 토목과 SOC 수주 증가로 최악의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3분기부터는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상반기까지 신속하고 강도 높은 건설사 구조조정 선행, 실세금리 하락, 아파트 가격 하방경직성 확보, 주택공급 감소, 미분양 감소 등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의 허문욱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할 경우 올 4분기에는 경기저점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하며 업황 반등시기를 다소 늦은 시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살얼음 걷는 건설주…투자의견은 관망론이 대세

건설업종이 워낙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보니, 건설주 투자의견은 ‘관망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은 분위기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바닥권이니 투자에 나설 때’라며 공격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아직 불안하다며 바닥을 확인한 후 투자에 나서라는 신중론을 보자.

한국투자증권의 한상희 애널리스트는 “건설사의 퇴출 기준 평가표가 나온 만큼 빠른 구조조정이 예상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건설주 주가가 현 수준에서 한 차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주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려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회사들의 손익계산서 및 대차대조표상의 손실이 확정되어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리 스프레드 축소로 신용위험이 완화되며, 주택수요가 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시기는 올해 2~3분기에 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반기에는 단기 매매전략을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박형렬 애널리스트도 “1분기까지는 부진할 것으로 추정되는 작년 4분기 실적과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건설주가 조정 받을 여지가 크다”며 “금융위기 완화로 돈이 돌기 시작할 2분기부터 건설주 투자를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강승민 애널리스트도 “현재 건설업 주가는 대부분의 악재를 반영하고 있지만,작년 4분기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올 1분기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바닥을 쳤다는 쪽의 시각은 대우증권의 송흥익 애널리스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대형 건설주들이 강세였는데, 이는 건설주 하락을 주도했던 미분양이 추세적인 감소세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올해 공공수주가 건설사별로 전년대비 25~30% 증가할 전망이고, 해외 매출액과 영업이익 비중이 건설사별로 25~35%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상반기에 신속하고 강도 높은 중소건설사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건설주가 조정을 받을 수 있긴 하나, 일시적 현상이라며 대세는 반등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비중확대 전략이 적절하다며 공격적인 투자의견을 피력했다.

유진투자증권의 백재욱 애널리스트는 “올해 건설경기가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기는 어렵고, 선행지표인 수주위축이 우려된다”며 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지만, 업계 상위권 회사들의 실적개선은 가능하다며 역시 대형건설사 위주의 투자를 추천했다.

건설 불황 속에서도 업체 규모별로 실적 차별화가 심화되어 상위권 회사들의 매출 및 이익 신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복잡한 건설주 투자공식 헷갈린다?… “이런 전략은 어때요”

변수가 워낙 많다 보니 건설주는 투자 대응이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삼성증권의 허문욱 애널리스트는 건설주 투자시기를 올 상반기로 한정하라는 의견이다. 상반기 중에만 보유해야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는 “상반기까지는 정부의 재정지출에 따른 단기반등, 지속적인 정책금리 인하, 금융시장 안정 위한 10조원 지원, 부동산/건설 경기 회복 위한 추가 규제완화 등을 감안하면 1분기까지는 단기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등폭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세적으로 반등하려면 부동산 가격 상승(주택실수요자 증가 확인)이 확인되거나, PF개발금융과 미분양 주택에 대한 의미 있는 개선, 2009년 하반기 실적개선 지속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허 애널리스트는 최선호주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을 추천했다. 안정적인 실적유지가 가능하고, 미분양주택, PF보증, 재건축 사업지원금액 등 부외부채 규모가 적은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LIG투자증권의 박현수 애널리스트는 아예 건설주에 관련된 각종 변수들의 양상에 따라 수혜를 입을 건설주를 분류한 뒤, 그때그때 부각되는 이슈에 맞춰 대응하라는 전략을 내놓았다.

예산집행 및 SOC 투자확대 수혜는 대형건설주인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이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규제완화 수혜주로는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주택사업 비중이 큰 업체들을 들었다.

금리인하 등 유동성 확대 수혜주로는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을 꼽았다. PF우발채무 불안감이 있는 이 기업들은 유동성 우려 완화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문제, 발행금리 하향, 자금조달 확대 등으로 연결될 수 있어 상승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미분양 감소 및 자구노력 단행이 관측되면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많은 GS건설은 상대적으로 빠른 미분양 소진을 기대할 수 있고, 지방 부동산 경기 회복이 나타나면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에 긍정적이라는 진단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