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48)는 스포츠 중에서 농구를 가장 좋아하지만 골프도 가끔 즐긴다.

구력은 10년 남짓으로 골프스코어는 90대를 넘나들지만 플레이할 땐 진지하면서도 고지식하다고 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의 골프 스타일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펼칠 정책에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등 외국 언론이 전하는 오바마의 골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한다.

▲스코어는 친 대로 다 적는다

오바마의 보좌관 중 한 명인 마빈 니콜슨은 "언젠가 보스가 한 홀에서 11타를 쳤을 때 '얼마 쳤느냐'고 묻자 '11타 쳤다'는 대답을 했다. 그러고는 스코어카드에도 11을 적더라"라고 밝혔다. 스코어카드를 어디에 제출할 것도,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지만 자신이 기록한 스코어를 곧이곧대로 적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또박이 골프'(퍼센티지 골프)를 한다

그의 인척인 이안 매너는 오바마가 1년 이상 클럽을 잡지 않아 핸디캡이 24일 때 함께 플레이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오바마의 게임 매니지먼트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는 '퍼센티지 골프'를 합디다. 언제 어디서든 볼을 칠 수 있는 상태로 두더란 말입니다. 그것이 스코어 면에서 낫다는 것은 웬만한 골퍼는 알지 않습니까? 단숨에 전세를 뒤집으려고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나와는 천양지차였지요. 자신의 기량에 걸맞은 '또박이 골프'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지요. " 기적을 바라는 무리수 대신,데이터ㆍ확률에 근거해 한 걸음씩 목표(그린)를 향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대부분 골퍼는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책하거나 화를 낸다. 골프 입문 초기 오바마의 기량은 보잘것 없었는데도 '그만두겠다'거나 클럽을 내던지는 일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한 번은 뒤땅치기를 한 볼이 숲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오바마는 욕설 대신 두 주먹을 부딪치는 것에 그쳤다고 한다. 또 초반에 게임이 안 풀려도 포기하지 않고 만회 기회를 기다린다고 한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인 테리 링크는 "골프 칠 때의 행동으로 미뤄 그의 평소 삶에서는 물론,대통령이 된 뒤 위기ㆍ좌절의 순간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 극복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2~3달러 내기 하고 지기를 싫어한다

정치와 골프에서 오바마의 공통점은 철저하게 규율적ㆍ경쟁적ㆍ위험회피형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초보 골퍼 시절부터 내기를 하면 지기 싫어했다.

기량이 달려 어쩔 수 없이 졌던 상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보기좋게 이겨 되갚음을 해주었다고 한다. 니콜슨은 "오바마는 내기를 자주 한다. 그 액수는 2~3달러인데 주로 낫소(전ㆍ후반 및 18홀 스코어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승패를 정하는 방식)나 스킨스게임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퍼트 할 때 아주 신중히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언젠가 듀크대 미식축구선수 출신의 장타자와 플레이를 하게 됐다. 그런데 상대가 홀당 10달러씩 걸자고 하자 놀라면서도 응했다고 한다. 전반 나인이 끝나기 전에 오바마는 30달러나 잃은 적도 있었다.

플레이 중엔 휴대폰도 끈다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한 라운드에서 동반자들과 휴대폰을 끄고 음식도 들지 않으며 오로지 골프에만 몰두하기로 한 적이 있다.

전반까지는 그것이 잘 지켜졌다.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휴대폰을 잠시 켜서 부재 중 신호를 확인하고 핫도그 등 간단한 음식도 먹었지만 10번홀에서 다시 처음 약속대로 휴대폰을 껐다. 동반자는 "일국의 대통령이 된 사람이 연락 두절인 상태로 골프를 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장타력과 쇼트게임에선 무난하지만 롱아이언샷이 시원치 않다고 한다. 그는 아이언은 캘러웨이,우드는 타이틀리스트를 사용하는데 모두 구입한 지 5년이 넘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