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9일 두바이에선 의미 있는 국제행사가 열렸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주최한 제1회 '글로벌 아젠다 정상회의(Summit on the Global Agenda)'. 60여개국에서 750여명의 석학과 전문가들이 모였다. 한국에서도 조동성 서울대 교수,김현종 주유엔 대사 등 12명이 참여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뢰와 지속가능성,그리고 책임감과 윤리적 원칙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세계를 지탱해온 논리와 엔진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석학들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별 수 없이 내린 진단은 결국 이 한마디였다.

새해를 앞두고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내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고 아우성들이다. 원자재값,환율,금리,성장률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전망하기 어려워서다. 구체적인 지표는 말할 것도 없고 도대체 내년의 키워드 혹은 화두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이럴 때 권위있는 국제포럼이나 국제기구의 전망보고서에 의지하겠지만 그 역시 올해는 정답 비슷한 것을 주는 곳이 적다. 다보스포럼조차 내년 1월 열릴 포럼의 경우 새로운 화두가 아니라 '경제위기 이후의 세계 질서 구축(Shaping the post-crisis world)'이라는 논의 과제를 주제로 정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내년에 좌표 없는 경영을 할 수도 없는 것이 요즘 경영자들의 고민인 것이다. 세계적인 포럼이나 예측기관의 리포트들을 참조해 정리해보면 "2009년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비즈니스에서도 변화된 세계에 적응하는 한 해가 될 것"('이코노미스트 세계대전망')임은 분명해 보인다. 변화된 세계의 모습은 불황,파산,생존,불신풍조,실업률 증가,규제강화,보호무역 등 기업을 억누르는 단어들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민첩성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리먼브러더스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서브프라임 위기라는 경고가 수개월간 계속됐는 데도 결국 대응하지 못한 것은 민첩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민첩성과 더불어 유연성도 새롭게 강조돼야 한다. 전통적인 고객기반이 붕괴되면 다른 업종이나 지역의 새로운 요구에도 응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공공부문과 경쟁할 수도 있는 것이고,중국이나 인도가 차지하고 있는 부문의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업종의 카테고리를 깨고 퓨전형 경영을 할 수 있는 회사나 기관이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신용과 신뢰라는 자산축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내년의 중요한 과제다. 회사나 개인이나 현금확보의 중요성을 절감해야 하는 것이 2009년이다. 이 밖에도 기후변화,에너지 문제,물부족 등 모든 기업과는 꼭 관련이 없다고 여겨져온 분야도 경영에 반드시 참조해야 할 화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 사실뿐"이라는 희랍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실감할수 있는 해가 코 앞에 왔다. '희망'이라는 코드를 놓지 않으면서 전 사원들에게 역발상의 혁신,새 시장 개척을 위한 도전을 강조하는 경영자가 더 많이 나타나야 한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