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을 수 있을까?'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한다. 특히 캐주얼은 정장과 달리 하루이틀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 남성의 대부분은 캐주얼 스타일을 단순히 편한 복장으로 여기고 내키는 대로 입는 경향이 있다. 영어 'casual'에 '무격식'이란 뜻이 내포돼 있어도 이는 곧 '옷 못 입는 남자'로 전락하는 지름길이란 점을 잊지 말자.

캐주얼을 입을 때는 컬러와 소재,옷의 형태뿐 아니라 기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패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TPO'를 강조한다. 즉 시간(Time).장소(Place).상황(Occasion)에 걸맞은 옷차림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이런 충고는 그저 '욕 먹지 않을' 수준의 옷차림이지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코디법은 못 된다. 이제 '옷 잘 입는 남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언제나 평균 이상인 플래피 스타일

첫 번째 키워드는 '플래피'다. 미국 동부 명문 고등학교 리그를 뜻하는 플래피 스타일은 언제 입어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유행 부침이 심한 여성복과 달리 남성 패션은 캐주얼이라도 전통과 격식을 중시한다. 어설픈 '믹스&매치'는 자칫하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

플래피 스타일의 가장 유용한 아이템은 '뉴 발란스''나이키' 혹은 '프레드 페리'의 스니커즈,'갭''유니클로'의 치노 팬츠와,'라코스테'나 '폴로'의 피케 티셔츠 또는 잘 재단된 화이트나 블루 셔츠를 꼽을 수 있다. 선선해지면 여기에 스웨터나 블레이저를 걸치고 날씨가 더 추워지면 무릎 길이의 기본 코트를 더해주면 된다.

컬러는 상.하의를 대비되게 매치한다. 예를 들어 진한 감색이나 블랙 팬츠에는 화이트나 베이지 톤의 상의가 적당하고,그레이 혹은 푸른 데님이라면 네이비,그린,블랙 컬러의 옷이 잘 어울린다. 마무리로 메신저 백을 둘러매면 그럴싸한 플래피 룩이 완성된다.

실루엣은 맞춤 셔츠로 보완

두 번째 명심할 키워드는 '실루엣'.한국 남성들은 지나치게 크고 헐렁하게 입는 경향이 있다. 멋을 내려면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하는 게 철칙이다. 그렇다고 청춘도 아닌데 '스키니 진'처럼 몸에 딱 붙는 옷을 걸치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중년 남성 대부분이 길이는 95 사이즈,즉 '미디엄(M)'이면서 부피는 '라지(L)'여서 고생한다. 물론 당장 내일부터 열심히 뛰어서 부피를 길이에 맞추는 게 최선이겠지만,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은 맞춤 셔츠를 입는 것이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란스미어' 같은 고급 브랜드뿐 아니라 요즘엔 중저가 셔츠 맞춤점도 많아 부담도 줄었다.


골프복은 골프장에서나

'No,Golf! Good Tennis'.나들이 옷으로 골프복을 선호하는 분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골프복은 오직 골프장에서만 어울리는 옷이다. 골프 브랜드들이 아무리 일상복으로 손색 없는 옷을 내놓는다지만 골프복은 어쩔 수 없이 골프복이다. 자신이 역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가져 꼭 스포츠 브랜드를 입어야겠다면 '아디다스''나이키'의 바람막이 점퍼이면 충분하다.

반면 테니스 패션은 이젠 스포츠 분야로 한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받는 클래식 반열에 올랐다. '(르네)라코스테'나 '프레드 페리' 같은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들은 이제 패션 브랜드로 더 익숙해졌고,롤랑 가로스(프랑스오픈)나 윔블던 코트를 벗어나 거리 곳곳을 수놓고 있다.

'옷 잘 입는 남자'가 되는 건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간단한 몇 가지만 알면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공식과 같은 것이다. 잘 입은 캐주얼은 무엇보다 편안한 듯 보이면서도 세심한 디테일에 신경을 쓴 룩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 패션에 신경 썼소!'라고 외치는 듯한 완벽한 룩은 정장에서나 통용되는 미덕이다. 정말 옷 입기에 자신이 없고,주말에만 캐주얼 룩을 시도하는 직업이라면 계절별로 가장 자신 있는 것으로 3종 정도를 구비하고 돌려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퍼스 바자' 패션에디터 kimhyeon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