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동일한 만큼 당연히 성격도 닮게 된다. "(이병천 서울대 교수·오른쪽)
동물 복제 분야의 두 전문가가 애완견을 복제하면 성격까지 쏙 빼닮은 개가 나오는지 여부를 놓고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이 문제는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인 알앤엘바이오와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바이오아트 등이 애완견 복제를 상업화하면서 전 세계 애견인들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 관련 연구는 없는 상태다.
1996년 세계 최초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영국 에딘버러대 교수는 지난 8일 '바이오코리아 2008 오송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서 기자와 만나 "동물의 성품은 환경적인 요인에 좌우된다"며 '성격 복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윌머트 교수는 "복제 동물의 외모와 수명은 이론적으로 체세포를 제공한 동물과 같다"면서도 "하지만 성격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외모나 수명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처럼 지내다 숨진 애완견을 다시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복제를 생각하지만,성향이 전혀 다른 개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05년 세계 최초 복제견인 '스너피'를 내놓은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동물을 복제하면 품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도 그대로 복제견에 전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최근 일본 오비히로대학이 맹인 안내견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개에도 품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복제된 개는 체세포를 제공한 개의 유전자를 100% 건네받는 만큼 기본적인 성격과 행동양식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10여마리 복제견을 살펴본 결과 상당수가 체세포를 제공한 개의 품성은 물론 특이한 행동양식까지 따라했다"고 덧붙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