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9일 종교 편향 문제로 반발하고 있는 불교계를 달래기 위해 직접 나선다. 이날 예정된 국무회의와 '대통령―국민과의 대화'등 두 자리를 빌려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약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불교계가 요구해 온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성난 불심(佛心)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종교차별 금지 명문화=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유감 표명 수위와 관련,"이 대통령은 당초 계획에 없던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불교계의 마음을 다독이는 말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는 이번 불교계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공직자들이 화합을 해치는 언동을 해선 안 된다(지난달 25일 수석비서관회의)","진정성이 전달되면 오해가 풀릴 것(5일 국회의장단 만찬)" 등의 발언을 했지만 불교계는 추석 후 범불교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반발해 왔다. 추석 연휴를 국정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이 대통령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런 대목이다.

청와대는 또 종교편향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나선다. 국무회의에선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에 따른 차별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명시한 공무원 복무규정(시행령) 개정안이 긴급 안건으로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사과냐,유감이냐=이번 조치로 불교계 반발이 누그러질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은 여권이 어청수 경찰청장을 교체하지 않기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고,어청수 청장이 사죄하는 방향이 옳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불교계 강경파를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사실상 '사과'의 뜻으로 받아들여질지도 관심이다. 이와 관련,청와대 관계자는"이건 사과고,저건 유감이고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범불교대책위의 핵심 관계자는 "어 청장의 사퇴 등 불교계가 요구한 4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범불교대회를 전국 동시다발로 열 계획"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과를 할지,유감 표명을 할지 모르지만 유감 표명 정도론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국민패널 100명 참여=한편 이 대통령은 9일 밤 '대통령―국민과의 대화'에서 촛불정국 등에 대한 간략한 소회,경제난에 대한 이해 구하기,공기업 선진화 방안,미래비전 제시 등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출범 초기의 시행착오를 인정하면서,희망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100분 동안 진행될 대화에는 각계 전문가와 촛불시위 참여 대학생,공기업 노조 위원장 등 국민패널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홍영식/서화동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