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손해보험 교차판매] 따로따로 들던 보험 한곳에서 多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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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ㆍ손보 교차판매 허용
매년 9월11일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한 달 전부터 보험사들의 가입 권유 전화를 받는다는 회사원 윤민구씨(41·가명)는 걸려오는 전화 중 "싸고 보상도 잘해준다"는 곳에 가입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잘 알고 지내던 생명보험사 설계사 이 모씨로부터 "이달부터 자동차보험도 취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설계사 이 모씨가 추천한 변액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가입해 만족하고 있는 윤씨는 "자동차보험도 좋은 것으로 하나 골라달라"고 이 모씨에게 부탁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간 '교차판매'가 지난 1일 시작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한 명의 보험설계사를 통해 생명보험 상품(종신보험,변액보험,정기보험 등)이나 손해보험 상품(자동차보험,화재보험,운전자보험 등) 모두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한 설계사를 통해 양쪽 보험을 모두 가입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그 설계사로부터 재무상태,재테크 등에 대한 생애재무설계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권역의 상품에 익숙하지 못한 설계사로 인해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교차판매 왜 허용됐나
보험 상품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구분된다. 종신 정기 변액보험이 생명보험에,자동차 화재보험 등은 손해보험에 해당돼 각각 다른 보험사에서 팔고 있다.
교차판매는 이런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다. 지금은 '1사 전속제'로 한 설계사는 소속 회사 상품만 팔 수 있지만 앞으로는 생보 설계사도 다른 손보사 상품을 팔 수 있고,손보 설계사도 생보사 상품을 팔 수 있게 허용되는 것.
'1사 전속제'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제도다. 그러다 보니 설계사들은 상품이 좋은지,나쁜지 여부를 떠나 소속 회사에서 강력하게 마케팅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떠미는 식으로 팔아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보험 판매가 주로 독립법인대리점(GA),보험중개사 등에 의해 이뤄져왔다. 그러다보니 보험사와 관계없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문화가 형성됐고 생보,손보 상품 간 교차판매도 초기부터 이뤄져왔다.
금융위원회 보험과 관계자는 "당초 '1사전속제'를 폐지하려고 했으나 보험사들의 반대가 심해 교차판매를 먼저 허용하게 됐다"며 "이번 조치로 소비자들이 보험 선택권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차판매 허용에는 설계사의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와 맞물려 설계사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생보,손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팔 수 있게 허용해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의도다.
※ 해지 후 가입 주의
교차판매가 시작되면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보험상품은 금융상품 중 가장 구조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험설계사가 익숙지 않은 다른 권역 상품을 동시에 취급함에 따라 충분한 이해나 상품 설명없이 보험을 팔아 민원을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실제 손해를 보장하는 손해보험 상품(실손보험)의 경우 여러 개 상품에 가입해도 보험금은 실제 손해본 만큼만 받을 수 있는데도 중복가입을 권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상해보험 등 손보,생보가 같이 판매하는 상품의 경우 상품 내용보다는 판매수당이 높은 상품 위주로 권유할 가능성도 있어 금융감독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상품에 가입할 때 어느 보험사 상품인지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한다. 특히 설계사가 기존 상품을 해약한 후 신상품 가입을 권유할 경우 신중히 결정할 것을 권한다.
진태국 금감원 보험영업감독팀장은 "보험상품은 특성상 중도해지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해약에 따른 손실과 보장내용,보험료 차이 등을 충분히 알아본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생ㆍ손보 어디가 유리할까
교차판매는 보험업계 판도에도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독립법인대리점(GA)만이 생ㆍ손보 상품을 함께 팔고 있으나,21만여명의 설계사가 교차판매에 뛰어들면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생보 손보 간 이해득실은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판매가 상대적으로 쉬운 자동차보험 등 손보업계 상품이 잘 팔릴 것이라며 손보업계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손보설계사들이 중장기적으로 판매수당이 많은 생보 상품 판매에 쏠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상용 손보협회 회장은 "교차판매가 손보사에 유리한지 생보사에 유리한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양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인지도나 규모,안정성 등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사로 설계사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흥국생명과 흥국쌍용화재,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및 제일화재,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등 계열사가 있는 회사도 설계사 모집이 수월한 편이다. 이러다 보니 계열사가 없는 중소형사와 외국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매년 9월11일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한 달 전부터 보험사들의 가입 권유 전화를 받는다는 회사원 윤민구씨(41·가명)는 걸려오는 전화 중 "싸고 보상도 잘해준다"는 곳에 가입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잘 알고 지내던 생명보험사 설계사 이 모씨로부터 "이달부터 자동차보험도 취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설계사 이 모씨가 추천한 변액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가입해 만족하고 있는 윤씨는 "자동차보험도 좋은 것으로 하나 골라달라"고 이 모씨에게 부탁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간 '교차판매'가 지난 1일 시작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한 명의 보험설계사를 통해 생명보험 상품(종신보험,변액보험,정기보험 등)이나 손해보험 상품(자동차보험,화재보험,운전자보험 등) 모두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한 설계사를 통해 양쪽 보험을 모두 가입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그 설계사로부터 재무상태,재테크 등에 대한 생애재무설계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권역의 상품에 익숙하지 못한 설계사로 인해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교차판매 왜 허용됐나
보험 상품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구분된다. 종신 정기 변액보험이 생명보험에,자동차 화재보험 등은 손해보험에 해당돼 각각 다른 보험사에서 팔고 있다.
교차판매는 이런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다. 지금은 '1사 전속제'로 한 설계사는 소속 회사 상품만 팔 수 있지만 앞으로는 생보 설계사도 다른 손보사 상품을 팔 수 있고,손보 설계사도 생보사 상품을 팔 수 있게 허용되는 것.
'1사 전속제'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제도다. 그러다 보니 설계사들은 상품이 좋은지,나쁜지 여부를 떠나 소속 회사에서 강력하게 마케팅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떠미는 식으로 팔아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보험 판매가 주로 독립법인대리점(GA),보험중개사 등에 의해 이뤄져왔다. 그러다보니 보험사와 관계없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문화가 형성됐고 생보,손보 상품 간 교차판매도 초기부터 이뤄져왔다.
금융위원회 보험과 관계자는 "당초 '1사전속제'를 폐지하려고 했으나 보험사들의 반대가 심해 교차판매를 먼저 허용하게 됐다"며 "이번 조치로 소비자들이 보험 선택권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차판매 허용에는 설계사의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와 맞물려 설계사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생보,손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팔 수 있게 허용해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의도다.
※ 해지 후 가입 주의
교차판매가 시작되면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보험상품은 금융상품 중 가장 구조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험설계사가 익숙지 않은 다른 권역 상품을 동시에 취급함에 따라 충분한 이해나 상품 설명없이 보험을 팔아 민원을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실제 손해를 보장하는 손해보험 상품(실손보험)의 경우 여러 개 상품에 가입해도 보험금은 실제 손해본 만큼만 받을 수 있는데도 중복가입을 권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상해보험 등 손보,생보가 같이 판매하는 상품의 경우 상품 내용보다는 판매수당이 높은 상품 위주로 권유할 가능성도 있어 금융감독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상품에 가입할 때 어느 보험사 상품인지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한다. 특히 설계사가 기존 상품을 해약한 후 신상품 가입을 권유할 경우 신중히 결정할 것을 권한다.
진태국 금감원 보험영업감독팀장은 "보험상품은 특성상 중도해지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해약에 따른 손실과 보장내용,보험료 차이 등을 충분히 알아본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생ㆍ손보 어디가 유리할까
교차판매는 보험업계 판도에도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독립법인대리점(GA)만이 생ㆍ손보 상품을 함께 팔고 있으나,21만여명의 설계사가 교차판매에 뛰어들면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생보 손보 간 이해득실은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판매가 상대적으로 쉬운 자동차보험 등 손보업계 상품이 잘 팔릴 것이라며 손보업계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손보설계사들이 중장기적으로 판매수당이 많은 생보 상품 판매에 쏠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상용 손보협회 회장은 "교차판매가 손보사에 유리한지 생보사에 유리한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양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인지도나 규모,안정성 등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사로 설계사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흥국생명과 흥국쌍용화재,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및 제일화재,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등 계열사가 있는 회사도 설계사 모집이 수월한 편이다. 이러다 보니 계열사가 없는 중소형사와 외국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